[일요신문] 7일 방송되는 KBS 'UHD 환경스페셜'은 '최초보고 사향노루, 돌아온 전설' 편으로 꾸며진다.
멸종됐다고 여겨진 사향노루가 한반도에 있다. 매혹적인 향기를 품고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관심을 받아 온 동물이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 내뿜는 사향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머스크 향'의 원료로, 공진단을 비롯한 고급 한약재로 쓰여 왔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 백두대간까지 폭넓게 분포했던 사향노루는 지난 100년간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해 마치 전설처럼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사향노루가 50여 년 만에 다시 생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땅에 사향노루가 다시 예전처럼 퍼져나갈 수 있을까. 연구팀과 함께 백두대간 일대에 흩어져 있는 사향노루의 흔적을 찾아간다.
지난 7년간 강원도 일대를 탐사하며 사향노루의 흔적을 찾고 기록해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 6년의 기다림 끝에 전설의 실체와 마주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향노루와 실제로 눈을 맞춘 것이다.
그로부터 더욱 세심하게 추적을 계속해온 이들은 마침내 알려지지 않았던 사향노루의 생태에 관한 의문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과 제작진은 사향노루의 똥 자리 현장 주변 곳곳에 무인 센서카메라 100대를 설치했다. 사람을 대신해 24시간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문헌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향노루의 생태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무인 센서카메라엔 이들의 짝짓기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돼 있었다.
수컷이 어떻게 암컷에게 구애를 하며 어떻게 교미하는지가 밝혀진 것이다. 영상카메라에 최초로 포착된 이런 모습은 종의 단절을 막고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역사적인 일이기도 하다.
또 연구팀에 의해 최근 어미 사향노루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기도 했다. 이 땅에서 사향노루가 안정적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기록된 한 영상엔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사향노루가 포착됐다. 연구팀은 다리를 다친 어미가 최초로 발견된 지점을 찾아 나섰다. 인근에선 꽤 오래전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불법 밀렵도구가 발견됐다. 카메라에 포착된 사향노루는 이와 같은 덫에 걸려 다리를 잃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멸종위기에 몰린 사향노루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사향이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이면서 사향노루는 무분별한 밀렵의 희생양이 됐다. 촬영 당일 발견된 불법 수렵도구는 무려 30개. 해마다 수천 마리의 야생동물이 밀렵으로 죽임을 당하는 현실에서 덫은 사향노루의 개체 수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유일하게 안전한 지역은 휴전선 남북으로 펼쳐진 비무장 지대와 민간인통제구역. 시베리아에서 백두대간 전역에 걸쳐 살았던 사향노루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비결에는 자연생태계의 보고 DMZ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지난 6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에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생물의 약 38%가 서식하고 있다. 사향노루 또한 이곳에 있다.
DMZ 근처 양구 산양사향노루연구센터는 산양을 구조하고 증식한 다음 자연에 다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산양 복원을 주도해왔다. 전국에 있는 4개의 복원센터와 20년 가까이 협업한 결과 멸종위기에 처했던 우리나라의 산양은 현재 약 천 마리 이상 규모로 늘어났다.
산양사향노루연구센터 조재운 센터장은 사향노루도 이 땅에 되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시작은 산양처럼 사향노루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얼어붙은 산을 끊임없이 탐사하는 것 역시 그런 목적에서다.
사향노루는 한때 전설이었다. 그러나 사향노루는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는 이제 조금씩 사향노루를 알아가는 중이다. 한 종이 멸종한다는 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KBS환경스페셜이 연구팀과 함께 사향노루를 추적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냉부해’도 되살린 ‘흑백요리사’…다시 시작된 셰프테이너 전성시대
온라인 기사 ( 2024.11.20 1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