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티 벗고 ‘솔로가수’ 우뚝 선 지코·선미·현아부터 ‘잘 큰 아역’ 박은빈·이세영까지
#아이돌 넘어 '중견급 솔로'로, 지코·선미·현아
2011년 7인조 보이그룹 블락비의 리더로 데뷔했던 지코는 2014년 11월 싱글 ‘터프 쿠키’(Tough Cookie)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의 시작을 알렸었다. 그룹 활동 당시 지코가 가진 음악적 재능이 단순히 ‘아이돌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선 안 된다는 여론이 업계 내에서도 지배적이었을 정도로 그의 솔로 활동과 프로듀싱 능력에는 이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2015년 음악전문채널 Mnet(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 시즌4’에서 지코가 프로듀서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데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후 꾸준한 솔로 활동으로 음원 차트를 휩쓸던 지코는 군 입대 직전인 2020년 1월 13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아무노래’로 단순한 히트 송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당시 아직 국내에선 인플루언서를 제외하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함께한 ‘아무노래 챌린지’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 ‘아무노래’에 맞춰 일정 파트의 춤을 추는 단순한 영상이 국내외 SNS 세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에 컴백하는 가수들이 같은 방식으로 타이틀곡의 챌린지 영상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기도 했다.
보이그룹에서 솔로 전환으로 인상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 지코라면 반대로 걸그룹에서는 선미와 현아, 두 명의 동갑내기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텔 미’(Tell Me)로,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두 사람은 현재 솔로가수로서 각기 다르면서도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현아의 경우 원더걸스 탈퇴 이후 2009년 포미닛으로 재데뷔하면서 섹시함과 더불어 강렬한 ‘걸크러시’ 매력으로 남녀 팬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16년 포미닛 해체 후에는 솔로 가수 현아로서 활동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정립하며 패션 아이콘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연인인 던과 함께한 3인조 혼성그룹 트리플 H를 거쳐 2022년 현재는 현아&던이라는 새로운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인된 연인끼리 듀엣으로 가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도전이었기에 ‘현아다운’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그룹 출신의 선미 역시 2013년 8월 ‘24시간이 모자라’로 첫 솔로 데뷔를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당시 핑크색 단발머리와 보는 이를 홀리게 만드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레오타드, 여기에 파격적인 ‘맨발 댄스’까지 더해지면서 원더걸스의 선미로만 그를 기억하던 대중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어지는 ‘보름달’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 ‘날라리’ ‘보라빛 밤’ ‘꼬리’ 등이 줄줄이 호평을 받으며 음원 성적과 대중적인 인기를 모두 거머쥔 ‘대형 솔로가수’로서 자리를 굳혀나갔다.
#아역 라이벌에서 30대 배우 선봉으로…박은빈·이세영
새침데기 아역 배우로 시작해 어느새 성인 멜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동갑내기 두 사람이 있다. 1996년 데뷔한 박은빈, 그 이듬해 데뷔한 이세영은 3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너무 잘 컸다”라는 친척 어른(?) 같은 칭찬을 듣곤 한다. 아역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 두 동갑내기는 매 작품마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완벽하게 쌓아 올렸다.
박은빈의 경우 SBS 드라마 ‘비밀의 문’(2014)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았다. 기품 넘치면서도 단아하고, 또 강인한 왕실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 그를 아역 배우로만 기억하던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 완전한 성인 연기자로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JTBC ‘청춘시대’(2016), SBS ‘이판사판’(2017), KBS ‘오늘의 탐정’(2018), SBS ‘스토브리그’(2019)·‘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KBS ‘연모’(2021)에 이르러 로맨스부터 오피스 장르, 사극까지 장르 불문 화제작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스토브리그’로는 2020년 제33회 그리메상에서 최우수 여자연기자 상을, 같은 해 SBS 연기대상에서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미니시리즈 판타지 로맨스 부문 최우수 여자연기자상을 연속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2021년 역시 ‘연모’로 여자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이세영 역시 성인 연기자로 전한 뒤 2016년 OCN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에서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거칠고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로 분하면서 작품의 인기와는 별개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어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tvN ‘왕이 된 남자’(2019), SBS ‘의사요한’(2019) 등 현대물과 판타지,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거쳐 2021년 그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정점을 찍었다.
생애 두 번 다시 없을 사랑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서 끝끝내 삶을 택했던 궁녀 성덕임이자 후의 의빈 성씨 역을 맡아 사극 로맨스의 한 획을 새롭게 그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2021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이세영 역시 같은 해 MBC 연기대상에서 상대역인 준호와 함께 최우수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작품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두 배우 모두 20년 가까이 연기자 생활을 해오며 이제는 30대의 ‘믿고 보는 주연배우’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냈다. 그런 행보에 속도를 붙여 이세영은 올 하반기 KBS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로, 박은빈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seezn(시즌)과 넷플릭스를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다시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