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 웃고 SK온 울고…핵심 광물 가격 급등 장기화 따라 생산량 조정 필요성 제기
#1분기 희비 엇갈린 K-배터리 3사
지난 4월 7일 LG엔솔은 1분기 잠정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조 3423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잠정)은 24.1% 줄어든 2589억 원이다. 하지만 증권사 전망치(1478억 원)보다 1000억 원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원통형 배터리 출하량이 예상보다 늘었고 생산 공정 자동화에 따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개선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LG엔솔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는 테슬라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이 모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은 “원통형 배터리는 매출액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824억 원에 달한다. 주력 고객사가 압도적인 영업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LG엔솔이 누적된 대량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가파른 외형 성장을 시현했다”며 “최근 해외 경쟁사들의 저조한 생산성과 보수적 공급계획 등의 반사 수혜로 가격 협상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5.02% 늘어난 28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젠5 배터리 판매가 늘어난 데 이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등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 판매량도 증가했다. 특히 LG엔솔, SK온과 달리 보수적으로 생산기지 증설을 자제하는 등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쳐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자재료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각각 마이너스(–) 13%, –7%가 예상되나, 자동차용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부문 판매 호조가 전사 매출 감소 폭을 축소할 것”이라며 “3월 들어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럽 고객사향 매출 차질이 일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용 배터리에 집중됨에 따라 전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엔솔과 삼성SDI와 달리 SK온의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손실은 178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온은 지난해 매출은 3조 398억 원, 영업손실은 6871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공장 신규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증가 등이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SK온의 현재 총차입금은 4조 5531억 원, 차입금 의존도 41.47%, 부채비율은 166.4%에 이른다.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으면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본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현금흐름이-9142억 원을 기록했다. 현금 유입이 크지 않음에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올해 4분기 흑자로 전환되고, 내년 이후로는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 이슈에 과잉 생산 우려까지…속도조절론 힘받나
향후 배터리 업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배터리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2000만 대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의 CATL의 계획 생산량만으로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생산 능력이 전기차 판매량을 웃돌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과잉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 3월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배터리 광물 가격 급등 원인과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광물의 수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코발트 톤(t)당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23.41% 오른 7만 195달러를 기록했다. 니켈 톤당 가격은 40.47% 오른 1만 9370달러로 집계됐다. 킬로그램(kg)당 리튬 가격은 210위안(약 3만 9265원)으로 464% 급증했다. 공장 가동 중단, 록다운 장기화, 전기차 판매 급증, 광물 수요 회복 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리튬 수급 문제도 있다. 전체 리튬 수요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전기차 성장 속도에 따라 전체 리튬 수요도 연평균 26%씩 성장한다. 리튬 생산 1위 업체 앨버말(Albemarle)은 생산능력을 현재 8만 8000t에서 2025년 20만t으로, 2위 SQM은 현재 14만t에서 2024년 25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P 글로벌 플라츠도 이 같은 공급 계획이 실현되더라도 2025년까지 공급량 증가율은 연평균 23%를 기록해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 등에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다.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는 핵심 광물 가격과 배터리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다. 현재 전기차는 프리미엄 차량에 가까워 가격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가격 변동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완성차업체는 핵심 광물 가격 인상분을 전기차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가 보편화될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핵심 소재의 가격이 올라가면 배터리 납품가도 올라가게 연동돼 있다. 가격 상승이 오래 지속되면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수는 있지만, 배터리 업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배터리 업체에 인상 부담을 전가한다면 모든 배터리 업체들이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 시장의 수급 충격은 추가적인 투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광물 투자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 CATL이 광물 통제력을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면 국내 기업들도 투자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 설비에만 수조 원씩을 투자해야 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소재와 장비 기술은 물론이고 광물까지도 투자를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핵심 원재료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배터리산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 해외 의존도는 평균 63.9%에 이른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광물 이슈의 파급을 고려한다면 2차전지 업체들의 생산량 확대 계획에 완급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수익성 감소 및 투자 부담 증가에 따라 투자수익률(ROI) 감소, 투자 회수 기간 장기화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익성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반면, 투자 확대 계획은 공격적”이라며 “IPO 및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향후 투자계획을 고려하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