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물든 라스베이거스, 4회 공연 관객만 20만 명…티켓 못 구한 팬들 대형 스크린으로 테마객실로 BTS 즐겨
같은 맥락으로 4월 8,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무대는 모든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고 하나로 승화되는 자리였다. 15, 16일로 이어진 이 공연을 통해 BTS는 20만 관객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는 ‘표를 구한 이’들의 숫자일 뿐, BTS를 소비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한 이들은 그 수를 크게 웃돌았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라이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 마련된 라이브 플레이존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 실황을 즐겼고, 16일 진행되는 마지막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중계된다. 전 세계 어디서든 BTS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BTS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라스베이거스 일정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라스베이거스는 ‘BTS의 도시’로 변모했다. 도시 곳곳은 BTS를 상징하는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멤버 뷔가 만든 응원구호인 “보라해”(서로 믿고 오래 사랑하자는 의미)와 라스베이거스를 접목시킨 ‘보라해가스’(BORAHAEGAS)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보라해가스’로 바꿨다. BTS의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BTS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미국 국내선 비행기 티켓이 동이 난다. LA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7시간가량 소요된다.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공연장 주변에도 상당한 교통 체증이 유발됐는데, 현지 뉴스에서조차 “BTS 공연의 여파로 교통량이 증가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이렇게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BTS의 팬들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BTS 패키지’를 즐길 수 있다. 이번 BTS의 공연을 후원한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과 연계된 11개 호텔에서는 테마 객실을 운영했다. 각 방에는 ‘라스베이거스까지 여행은 어땠나요?’ ‘오늘밤 행복한 꿈 꾸어요’ 등 BTS 멤버들의 웰컴 메시지가 담긴 엽서와 포토카드가 배치됐다.
에어리어(AREA) 15 구역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팝업스토어가 설치됐다. 사진전에서는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준비하는 BTS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각종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에서는 BTS와 라스베이거스를 접목시킨, 오로지 이 도시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이 즐비하다. 일종의 ‘맞춤형 서비스’인 셈이다. 안전을 위해 회당 200명씩 하루 최대 4800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 사진전은 이미 모든 기간 예약이 끝났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는 BTS 멤버들이 평소 즐기는 음식들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카페 인 더 시티’를 운영했다. 떡볶이, 김치부침개, 김밥, 비빔국수 등을 에피타이저로 즐기고 메인 요리는 매운 소고기 라면, 갈비찜, 김치볶음밥 등에서 한 가지를 선택했다. 디저트는 붕어빵, 빙수, 쌀과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라스베이거스의 명소인 벨라지오 호텔 앞 호수에서는 BTS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후 3시부터 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에 맞춘 분수쇼가 시작된다. 3시 이후 매시 정각 3분 남짓 되는 이 분수쇼를 보기 위해 벨라지오 호수 주변에는 BTS의 팬들이 띠를 두른 듯 장사진을 이뤘다. 해가 쨍쨍한 낮에 보는 분수쇼와 해가 진 후 조명을 받은 분수쇼는 저마다 다른 재미를 준다. 그래서 매시 정각이 되면 호수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댔다.
BTS의 공연은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진행됐다. 회당 6만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 경기장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야제한석을 제외하고 5만 명까지 수용했다. 리더 RM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에게 기적”이라고, 라스베이거스에서 BTS와 팬덤 아미의 만남을 규정했다. 사막 한 가운데 일군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의 한낮 기온은 35℃를 웃돈다. 하지만 팬들은 공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2시께부터 공연장으로 모여들어 BTS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라스베이거스가 이토록 BTS를 통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4월 9일 한국 기자단과 만난 크리스 발디잔 MGM 리조트 그룹 총괄은 “이번 콘서트 후에도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와의 관계를 이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면서 “BTS 팬덤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걸 드리려 한다. 아미(BTS 팬덤)가 얼마나 열정적인지도 알고 있다. 방탄소년단만 보러 온 것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즐기게 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BTS의 팬들을 라스베이거스의 팬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BTS의 병역 특례 여부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관련기사 국방부는 과연 ‘국군장병 BTS’ 맞을 준비 돼 있나). 4월 9일 공연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CO)는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다보니 이번 국회에서도 넘어가게 되면 기약 없는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며 “사회와 아티스트 모두 유익한 방향으로 조속히 결론이 나오면 좋겠다”고 촉구했고,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어느 한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고 형평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가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현재 병역특례를 받는 예술대회가 42개에 달하는데, 그래미나 빌보드뮤직어워즈(BBMA),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 같은 세계 팝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안 들어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나름의 ‘기준’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이미 BBMA나 AMA 등에서 수차례 수상한 BTS는 병역 특례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법령 통과 시점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BTS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하는 모든 한류스타들이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연예계 전체가 그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