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기 이재명 팔아 선거운동 할 생각 없어…윤석열-박근혜 만남은 정치적 이해관계 일치 때문”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왜 안민석이어야 하는가.
“첫째 이재명 상임고문이 시작한 경기도를 완성시켜야 한다. 이재명 고문이 꿈꿨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추진력과 돌파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제가 10년 동안 구상한 교통문제, 주택문제, 일자리문제 등에 대한 경기도 발전 비전이 있다. 세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폭거와 불의가 상식을 넘어섰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야권의 강한 리더가 필요한 때다.”
―착한 선비가 아닌 ‘이재명식 리더십’ ‘강한 호랑이’를 강조했다.
“지금은 샌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강단 있고 돌파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샌님들은 윤석열 정부 폭거를 막을 수 없다. 샌님들은 좀 나중에 하셔야 한다.”
―민주당 경기지사 출마 후보들이 모두 이재명 고문과의 인연을 내세웠다.
“전 이재명 고문과 15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 당내 경선을 도와주게 된 것도 친구가 손 내미니까 잡아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팔이’하는 것은 싫다. 저는 수도권에서 내리 5선 하는 동안 계파 없이 당내 기득권과 끊임없이 저항하고 부딪힌 정치를 해왔다. 안민석만의 색깔 있는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이재명을 팔아 선거운동을 할 생각은 없다. ‘이 고문과 친구다’ ‘이 고문과 친하다’라고 말하는 건 비겁한 정치다.”
―그럼에도 이재명 고문을 계승할 점이 있다면.
“이재명 고문이 갖춘 추진력과 돌파력은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배워야 할 교과서 같은 텍스트라고 본다. 저도 이재명 고문 못지않은 추진력 돌파력을 갖고 있다. 무상급식 전도사가 안민석이었다. 과거 한국 보수는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할 듯이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도 결국 무상급식 때문에 시장을 관뒀다. 그런데 지금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가 다 무상급식을 한다. 무상급식을 초반에 이슈화시키고 국가정책으로 끌어올린 추진력을 보인 장본인이 안민석이다. 또한 생존수영을 제일 처음 추진하고 돌파했던 정치인도 저다.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지역구 오산에서 1년 동안 공무원과 교사, 교장들을 설득해 2012년 오산의 모든 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수영 교육 필요성이 제기되자, 전국에서 오산을 벤치마킹해 생존수영이 의무교육이 됐다. 이런 사례를 통해 저의 추진력과 돌파력을 알 수 있다.”
―이재명 고문을 두고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출마설, 8월 전당대회 출마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저런 말이 있는데 이재명 고문의 행보 관련 당에서 두 가지 점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첫째, 지방선거에서 백의종군으로 역할을 해야 된다. 두 번째는 8월 전당대회에 나가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의도 입성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저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2년 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대표-종로-대권’ 이게 대의를 위한 길이다. 진보의 큰 지성인인 백낙청 교수가 ‘이재명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대선은 패배했지만 이 고문으로서는 큰 선물을 받은 거다. 이재명 고문 같은 정치적 자산을 민주당이 아껴 써야지 불쏘시개로 쓰면 안 된다. 물론 이재명 고문 본인이 판단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알아서 이재명다운 선택을 할 것이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김동연 대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알려진 바가 없다. 가령 김 대표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3대 정부에 걸쳐 승승장구한 분이다. 한국에서 여야를 넘나들면서 3개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관료가 없다. 김 대표의 과거 관료로서의 궤적을 잘 판단해야 한다. 또한 김 대표가 40년 동안 관료를 했다는 것은 뼛속까지 보수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다운 후보로서 자격과 자질을 갖고 있는가’ 당원들이 판단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김동연 대표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고 ‘우리 후보가 될 수 없는 사람이잖아’라는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다.”
―조정식 의원·염태영 전 수원시장에게 ‘3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1차로 민주당 후보 3인이 단일화하고, 2차로 단일 후보가 김동연 후보와 경선을 하는 방식이다. 제안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경선을 흥행시켜야 본선 경쟁력이 생겨,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다. 지금처럼 재미없는 경선을 하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무난하게 지게 된다. 두 번째는 당원들의 요구가 강하다. 어차피 김동연 대표는 당원들이 찍을 수 없는데, 왜 뿌리가 같은 삼형제가 나뉘어 싸워 선택하기 헷갈리게 하냐는 것이다. 당원들 요구를 받들고, 경선을 흥행시킬 방법이 ‘3자 단일화’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다.”
―‘3자 후보 단일화’에 염태영 전 시장은 찬성, 조정식 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샌님 기질로는 유불리 따지고 신중한 척하면서 결단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던진 것이다. 모두 돌파형이 되자. 샌님형이 되면 무난한 패배다. 당원들이 요구해서 후보들이 결국 받을 수밖에 없게끔 해야 한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도민들을 지원해 주는 문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문화예술인들이 완전 황폐화됐다. 그래서 이재명 지사 시절 재난지원금 100%를 과감히 줬지 않느냐. 마침 경기도에 가용 예산이 3조 원 있다. 이것을 과감히 풀 것이다. 또한 경기도에 반도체 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와 경기도의 경쟁력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먹거리다. 그런데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다.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반도체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제가 수일 내로 반도체 대학 설립에 관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핵심공약이 궁금하다.
“경기도의 가장 큰 문제가 교통문제, 주택문제, 일자리문제다. 도지사가 되려면 세 개를 해결할 대안을 가져야 한다. 10년 동안 ‘10·10·1(텐텐원)’ 공약을 준비했다. 경기도를 10개의 상생생활권으로 나눠, 각 상생생활권에 10개의 행복 공공시설을 넣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후조리원, 달빛어린이병원(심야운영병원), 4차 AI교육 지원센터, 캠핑장, 반려동물 테마파크, 요양병원, 요양원, 장례식장 등이다. 그래서 이 상생생활권 10곳을 GTX 역을 통해 하나의 순환 철도로 연결시킨다. 이게 ‘텐텐원’이다. 그렇게 하면 서울에서 밀려나서 오는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 살고 싶어 찾아오는 경기도가 되는 것이다. 저는 이미 ‘산수화(오산·수원·화성)’에서 상생협력체를 제안해 주도했다. 그 경험을 경기도로 확장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경기도지사는 이제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이 된다.
“협력할 건 협력하고, 견제할 땐 견제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을 봤을 때 앞으로 5년은 ‘야만의 시대’가 될 거라고 본다. 야만의 시대에 적합한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용기와 강단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샌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행보, 인선 발표에 대해 평가한다면.
“당선인의 지지율이 초유의 낮은 지지율이다. 과거 당선인 시절은 지지율이 80%가 돼야 정상인데 50%를 겨우 왔다 갔다 한다. 윤 당선인이 성찰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깻잎 반 장 차이로 이긴 선거다. 그럼 겸손한 권력을 보여줘야 되는데,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 상당히 불편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은 완전히 예상을 넘어섰다. 야만의 시대를 자인하고, 검찰공화국으로 갈 것임을 선포하는 거다. 그것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야당에게 협조 받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도 앞으로 5년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불의에 맞서 싸워야 되고,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
―4월 민주당 최대 화두는 ‘검수완박’이다.
“검수완박보다 ‘검찰정상화법’이라고 부른다. 선진국에서 한국처럼 검찰권이 비대하고 강한 사례는 없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못해서 ‘윤석열’이라는 괴물이 생겨났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정상화법’은 민주당의 선택이 아니라 5년 전 촛불 국민들이 요구했던 개혁과제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이유 중 하나는 촛불광장의 민심을 민주당과 민주당 정권이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혁을 안 해서가 아니라, 어정쩡하게 해서, 개혁을 제대로 못해서 심판 받은 것이다.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됐다. 이제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건 잘한 일이다. 검찰개혁이라도 제대로 해내면 지지자와 중도층의 신뢰를 얻어내서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처음 알렸다. 4월 12일 윤석열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았다.
“보기 불편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왜 방문했을까. 첫째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인 계산을 했을 거다. 이뤄지지 못할 것 같았던 윤석열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색한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홍준표 의원이 당선되는 것을 막고 싶은데, 때마침 박 전 대통령을 지켰던 유영하 변호사가 경쟁 후보로 나섰다. 이에 윤 당선자가 유영하 변호사의 선거운동을 해준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당선을 통해 자신의 명예가 일정 정도 회복된다고 보지 않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마 윤석열 당선인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 변호사 당선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했던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과거 수사에 대해 “면목 없다. 늘 죄송했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국민과 역사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망언을 한 것이다. 본인이 본인 손으로 감옥에 집어넣어 놓고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도 반대했다. 과거의 죄를 함부로 용서하는 것은 내일의 더 큰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저는 박 전 대통령에 반성문을 요구했지만, 반성문 쓰지 않았다.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하는 순간 탄핵과 구속이 부정당하고, 촛불혁명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정통성이 부정당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김은혜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유승민 전 의원이 먼저 출마선언을 하고, 뒤이어 김은혜 의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꺾기 위해 윤 당선인 측에서 보낸 자객이라고 본다.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의원이 후보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대통령 당선인이 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객은 유 전 의원을 넘어, 이재명 고문도 죽이러 나온 것이다. 대장동 사업을 심판하겠다고 출마선언도 대장동에서 하지 않았느냐. 벌써 자신이 경기지사가 되면 대장동 사업의 모든 행정절차를 처음부터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털끝만큼이라도 문제가 나오면 이재명 고문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김 의원보다 더 강한 ‘윤석열 저격수’가 나와야 맞붙을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과 맞서 강단 있는 결기를 누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당원들과 도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분명한 건 샌님들은 선택되지 못한다는 거다.”
―민주당 경선을 넘어 본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현재 김동연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대선 컨벤션 효과다. 하지만 지지율이 치고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유권자들이 이제 물안개 속에 있는 김 대표의 정체성을 보기 시작한 단계다. 물안개가 걷히면 민주당다운 후보가 누구인지,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찾게 될 것이다. 그런 대안으로 도민이나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의원이 후보가 될 거다. 김은혜와 안민석, 저격수끼리의 싸움은 아주 치열할 거다. 근데 경기도지사 선거는 정치 선거로 흘러가도, 결국 마지막에는 ‘누가 더 나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것인가’ 정책을 보게 된다. 저는 저격수를 넘어 김은혜 의원이 갖고 있지 않은, 10년을 구상한 ‘텐텐원’ 공약 등을 갖고 있다. 과거 생존수영 의무교육화, 무상급식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돌파해 낸 성과 경험이 있다. 김은혜 의원은 아직 보여준 게 없다. 그냥 ‘윤석열 팔이’하면서 그걸로 경기도지사 한번 해보겠다고 하는 거다. 내공이 없으면 큰 선거판에서 금방 바닥이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