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입법 강행 순수성 의심…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민주당이 4월 12일 전체의총을 열고 ‘검수완박’을 담은 검찰개혁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15일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와 서민물가도 많이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이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한 방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 정권이양을 앞두고 있지만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여당이다. 여당으로서 더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처리하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공포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에서 ‘검수완박’이 진정으로 필요했다면 이미 했었어야 옳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5년인데 진작 했어야 국민적 오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들은 아무리 검찰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임기 다 끝나갈 때쯤 돼서 입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순수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검수완박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입법이라고 비판한다.
“현재로서는 방탄 입법이 아닌가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벌어진 여러 가지 부정비리들, 예를 들어 대장동 사건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산자부 원전 보고서 사건, 블랙리스트 사건 등 국민적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부분을 무력화시키려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있다. 이러한 입법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한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검수완박 입법의 필요성은 공감하되 졸속 처리가 문제라는 입장인가, 아니면 검수완박 자체가 문제라고 보나.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 선진국 가운데에서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일본 상당수 국가들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거다.”
―거론한 나라의 검찰 수사권은 특정 사안에 한정된 것이고, 한국처럼 비대한 권력을 가진 검찰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아니다. 한국도 지난해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직접 수사는 6대 중대 범죄로 제한됐다. 오히려 해외 주요 국가보다 검찰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 더 실시해보면서 고쳐나가면 된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개정안 입법을 국민의힘이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필리버스터밖에 없지 않나.
“현재로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강력 저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강행처리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헌법소원이나 절차적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민주당 역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에는 의석이 부족하다. 정의당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 같다.
“맞다. 현재 정의당도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 같다. 경찰에 지나친 권한을 주면 오히려 범죄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국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의당에서 가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되면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공조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의회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비판의 화살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현 정부에게 갈 수도 있다.”
―공무원 신분인 검찰이 검수완박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이 많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이루어지면 검찰 조직의 존재 이유도 상실될 정도의 충격적인 일이다. 굳이 검찰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소속돼 있는 기관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면, 어떤 기관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서 집단 목소리를 내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처리가 6·1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
“제가 바닥민심 여론을 들어보는 중이다. 국민들이 생각보다 많이 깨어 있어 민주당의 무리한 강행 처리에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또한 분노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