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이냐 합의금 노린 신종 공갈이냐 엇갈리는 주장 속 진실은 법정서 가려질 듯
최근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할 것을 걱정하게 된 A 씨의 말이다. 2021년 2월 A 씨는 트위터에서 스와핑(성관계 상대를 교환하는 행위) 성향 계정을 운영하는 B 씨에게 연락해 만나게 됐다. 하지만 A 씨는 이때의 선택으로 송사에 휘말리게 된다. 이들이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이렇다.
A 씨는 20대 초반부터 페티시 성향을 보유하게 됐다. 2월 A 씨는 B 씨가 올린 ‘초대남’(잠자리에 초대받은 남자)을 구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A 씨는 B 씨에게 자신의 신상 명세와 함께 ‘20대 후반 운동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면서 사진도 보냈다. A 씨는 초대남으로 간택(?)돼 서울 중구 한 호텔로 초대 받게 됐다.
B 씨는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백신접종 증명’과 ‘코로나19 간이 검사 키트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줄 것’이었다. B 씨는 A 씨에게 스파클링 와인과 양주를 사 오라고 주문했다. 방에 들어오기 전 녹음이나 도촬 위험 때문에 휴대전화 전원도 꺼야 한다고 했다.
방에 들어오기 전 B 씨는 몇 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B 씨는 "예전에 일하다 알게 돼 취향 공유하던 친구 사이라고 하면 된다. (A 씨는) 여자친구와 술 마시면서 담소 나누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B 씨는 "삽입 없이 가벼운 애무 정도만 하면서 술만 먹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A 씨가 괜찮다고 하자 B 씨는 "숙소가 복층인데 위에서 내가 자는 척할 테니 침대로 유인해 가볍게 플레이하면 된다"며 "적극적으로 플레이해도 된다. 여자친구가 취향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새벽 2시 19분 A 씨는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간다. 4시 45분 A 씨는 B 씨에게 “형님 오늘 즐거웠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B 씨는 "동생, 번호 물어봤어?"라고 답했다. B 씨의 질문은 이들이 방에서 플레이를 즐긴 이후 벌어진 일 때문에 나온 말이다.
A 씨가 방을 나서면서 B 씨와 B 씨 여자친구 C 씨가 배웅을 했다. 1층까지 내려온 C 씨는 마스크가 없었다. A 씨는 C 씨에게 차로 가서 마스크를 주겠다고 했다.
이 부분부터 A 씨와 C 씨 주장이 엇갈린다. A 씨는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차에 도착해 C 씨에게 키스했다. C 씨 성기에 손가락도 넣었다. 내가 바지를 벗고 C 씨에게 애무해 달라고 부탁했다. C 씨를 일으킨 뒤 삽입했다. 그러다 C 씨가 ‘B 씨가 기다린다. 가봐야 한다’고 해서 마스크를 준 뒤 나는 집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B 씨는 "괜찮다. 말해봐라. 사정했냐"며 웃으며 재차 물었다. 이에 A 씨가 "한 적 없다"고 부인하자 B 씨는 "다 들었다. 거짓말하면 형 화낸다. 그냥 솔직히 말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A 씨가 부인하자 B 씨가 "그냥 남자답게 얘기해 달라. 그래야 또 놀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B 씨와 있던 방에서는 했지만, 진짜 밖에서는 안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B 씨는 태도가 바뀌어 웃던 말투에서 사무적인 어투로 "애초에 만나기 전 성관계는 없어도 된다고 했고, A 씨도 술만 먹어도 괜찮다고 해서 같이 놀자고 부른 거다. 여자친구가 취한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하고 강제로 데리고 갔다. 뒷좌석에서 반항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B 씨는 "남자답게 깔끔하게 인정하고 매너 있게 사과했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오리발만 내밀고 있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이 모습이 분개하게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B 씨는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타깝다. 내가 (A 씨와 C 씨가 밖에 나간 사이) 위에서 그 시간 동안 기다린 건 남자끼리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해하려고 한 건데 아침부터 자꾸 궤변만 늘어놓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깔끔하게 상황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어렵나”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밖에 나가서 C 씨와 관계를 맺어 죄송하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자 B 씨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여자친구가 자신이 취한 상황임에도 강제로 데리고 가서 강간했다며 경찰서 간다고 한다”고 했다. A 씨는 “여자친구분께 또 남자친구인 형님께 제가 무릎 꿇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고, 당초 입장과 달리 B 씨는 “사과는 됐다. 변호사 상담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다. 알아서 잘 대처하길 바란다”고 대화를 끝냈다.
이후 3월 중순 A 씨는 C 씨 변호인으로부터 준강간 사건 관련 연락을 받게 됐다. C 씨 측은 합의금을 요구했다. A 씨는 억울하다며 변호인을 찾아갔다. A 씨 변호인 측은 이 사건 전반을 B 씨 측이 함정을 파둔 것으로 보고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A 씨 변호인 측은 “B 씨는 플레이한다고 해서 찾아오게 하고 그 이후 ‘솔직하게 말하면 넘어가겠다’고 압박해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답변을 끌어내자 합의금을 요구하는 게 돈을 노린 공갈 수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씨 측 변호인은 고소를 위해 사전 준비 중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일단 A 씨 측이 공갈로 고소한 만큼 사건은 법정에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스와핑 모임 이후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해도 준강간인지 아닌지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일련의 대화 내용을 통해 셋이 어울렸던 정황 등을 볼 때 수사기관에서 준강간으로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만약 이 사건이 합의금을 노린 신종 공갈 수법이라면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을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