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저 마약상 아니거든요ㅠㅠ”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마치 아랍인과도 같은 이국적인 외모를 뽐내는 신현준. 그는 어릴 적부터 해외여행 때마다 자신을 아랍인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장군의 아들>로 영화계에 데뷔한 뒤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걸프전이 한창이었고 공항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마약탐지견은 물론 온몸을 중무장한 경찰관들이 공항을 점령하다시피했다. 신현준이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화물 검사를 하려는 순간, 한 마리의 마약탐지견이 그를 향해 쉴 새 없이 짖어댔다고 한다. 그러자 공항에 있던 모든 개들이 몰려와 그를 둘러싼 채 짖기 시작했고 결국 공항 경찰관은 그의 수화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그의 가방을 여는 순간 그는 마약상으로 몰려 여권까지 빼앗겼다. 이유인즉 그의 가방에서 하얀색 가루 봉투가 쉴 새 없이 나왔기 때문. 평소 약을 잘 챙겨먹기로 유명한 그답게 해외여행 과정에서 챙겨 먹어야 할 가루약을 잔뜩 준비해온 게 화근이었다.
이후에도 신현준은 비슷한 일을 자주 겪으며 공항 통과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억울했던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프랑스 파리 공항 구금사건이다. 영화 <은행나무침대>를 통해 칸 영화제에 참석한 신현준. 그는 일정을 소화한 뒤 강제규 감독과 함께 미국 LA를 찾을 예정이었다. 현지 쇼핑을 마치고 공항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계산서를 챙긴 뒤 파리공항을 다시 찾은 신현준과 강제규 감독. 그런데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들른 창구 직원은 두 명의 동양인에게 무척이나 불친절했다고 한다. 이에 강제규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고, 신현준 역시 불친절한 직원에 맞서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신현준은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 캐릭터에 푹 빠져있던 터라 실생활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운명의 문’. 작은 철문이 열리며 현지 경찰관들은 두 사람을 그 안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이른바, 공항 교도소. 현지 경찰들은 두 사람의 옷을 벗긴 채 물을 쏴대기 시작했고, 말도 안 통하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이틀 동안 갇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이 바게트 빵을 식사로 제공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신현준은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이었다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사건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백지영의 남자로 주가 상승 중인 신예배우 정석원. 해병대 출신의 액션스쿨 경력만으로도 그의 다부진 체격과 남자다움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그에겐 특유의 터프함 때문에 호주공항에서 테러리스트로 몰렸던 사연이 있다. 그가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련 공익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홀로 호주를 찾았을 당시의 일이다. 입국 심사 담당 직원은 그에게 여행 목적을 물었고, 그는 관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단 하루만 호주에 체류하는 것을 의아하게 느낀 직원은 공항 경찰에 수화물 조사를 의뢰했다. 그의 가방이 열리자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의 가방에선 베레모를 쓴 채 입술을 꾹 다문 사진의 인명구조자격증은 물론 각종 무술유단증이 쏟아져 나왔던 것. 더욱이 그의 카메라에 담겨 있는 사진은 영화 <짐승> 촬영 도중에 찍은 피투성이 사진들. 현지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지만 어렵게 광고주와의 전화통화가 이뤄져 무사히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보다도 숨 막혔던 무려 네 시간여의 사투(?)였다.
연기파 배우 김학철 또한 자신의 외모 탓에 공항에 억류됐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과거 그가 중국에서 영화 <비천무>를 찍을 때의 일이다. 입국 심사를 하려는 찰나 이상하게 중국 공안들이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에 들고 있던 범죄자 리스트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그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갑자기 그를 공항의 한 조사실로 끌고 가려는 중국 공안들.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는 김학철에게 공안들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고 30여 분이 넘게 억류된 끝에 신원조회를 통해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김학철 입장에선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내 오해를 풀었다. 그가 중국 공안에 부탁해서 해당 범죄자의 사진을 보니 실제로 사진 속 범죄자가 김학철과 똑같이 생겼더라는 것. 이에 김학철 역시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독특한 여권명 탓에 출입국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도 있다. 본명 길성준에서 이름을 뺀 ‘길’을 예명으로 활용하는 그는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 영문 이름에서 성을 Gil 대신 Kill로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권 이름도 ‘Kill Sung Joon’이다. 문제는 Kill이라는 살벌한 성 탓에 매번 공항 입국심사에서 트러블을 겪는다는 것. 더욱이 길은 한동안 썩은 치아 때문에 자신의 앞니 두개를 빼고 다닌 적이 있어 문제의 소지를 스스로 키웠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효리는 지난 2004년 황당한 이유로 호주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일이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짐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당시 CF 촬영을 위해 스태프와 호주를 방문한 이효리는 대개의 연예인들이 그렇듯 자신의 개인 짐과 소품 등을 매니저와 코디 등한테 맡기고 빈손으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동양 여자가 유유히 입국하려 하자 공항 경찰은 그를 급하게 제지했다. 그를 불법체류자로 본 것. 당시 호주는 무비자 3개월을 이용해 무작정 입국한 뒤 현지 남성과 결혼해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외국 여성들이 많아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시간가량 억울하게 불법체류자로 내몰렸던 이효리. 10분 안에 모르는 남성을 유혹할 수 있다는 이효리도 공항 경찰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