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3명 이하 채용 시 해당 안되는데 1명 뽑으며 가산점…강원랜드 “국가보훈처에서 답변 받지 못해”
#채용비리 논란 의식 개방형 직위 채용
강원랜드는 지난해 6월 개방형 직위 채용을 실시했다. 채용 대상은 카지노본부장, 리조트본부장, KLACC센터장(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장), 전략본부장 등 총 4명이었다. 강원랜드가 개방형 채용을 실시한 이유는 과거 불거졌던 채용 비리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강원랜드 채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원자들에게 취업지원 대상자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는 “가점을 받아 채용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그 채용 시험 선발 예정 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법을 적용하면 모집 부문별 4명 이상을 채용하는 경우에만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 3명 이하의 인원을 채용하면 1명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해도 선발 예정 인원의 30%가 넘는 인원이 가산점을 받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각 1명의 본부장만 채용할 예정이었으므로 취업지원 대상자라고 할지라도 가산점을 부여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강원랜드는 본부장에 지원한 김 아무개 씨에게 가산점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김 씨는 면접 전형에 응시할 수 있었다. 김 씨가 가산점을 받지 않았다면 서류 전형 13위로 평가받는 상황이었다. 강원랜드의 당시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서류 전형에서 ‘분야별 면접대상 5배수를 선발한다’고 돼있다. 즉, 김 씨는 서류 전형 탈락 대상자였던 셈이다. 김 씨에게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5위로 평가받아야 할 이 아무개 씨는 면접 전형 기회를 상실했다. 가산점을 받은 김 씨도 결과적으로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강원랜드는 당시 카지노본부장, 리조트본부장, KLACC센터장을 채용했지만 전략본부장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았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전략본부장 재공모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전략본부장에 지원한 유 아무개 씨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유 씨가 가산점을 받지 못했을 경우 9위로 집계돼 서류 전형 탈락 대상자였다. 하지만 그는 가산점을 받아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어 면접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반면 서류 전형 5위로 평가받아야 할 강 아무개 씨는 유 씨에 밀려 면접 기회를 잃었다.
강원랜드는 유 씨를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하면서 “(유 씨는) 석유화학업체에서 25년 4개월 동안 근무하며 경영기획 상무를 역임한 바 있다”며 “회사 신규사업 개발 및 기존 사업 고도화와 미래 신수종 사업개발 전략을 수립해 성과를 올린 경력이 풍부하다”고 전했다.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피해자인 이 씨와 강 씨에 대한 구제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현재 근무 중인 본부장을 해고하고 채용을 재실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법의 내용이 모호하고 다른 조항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국가보훈처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서류전형에서 보훈대상자에게 보훈 가점을 부여했지만 면접에서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 하위규정인 취업지원 업무처리지침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개정(최종 선발 예정인원이 3명 이하인 경우 가점 부여 불가를 명확히 함)해 이를 고시했다”며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후 개방형직위 채용 시 서류전형 다음단계인 면접전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랜드 인사 문제, 지방선거에서도 이슈
강원랜드는 과거 채용과 관련해 몸살을 앓았다. 대규모 채용 비리 논란에 휩싸였고, 현재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 등의 선임을 놓고 정치적인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인물이고, 심규호 강원랜드 부사장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리조트나 카지노 등 레저 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관련기사 [직탐] ‘낙하산’ 몰리니 볕들 날이…강원랜드 대표 잔혹사).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는 지난 3월 강원도의 3대 불공정으로 △강원랜드 알박기 △알펜시아 입찰 담합 △레고랜드 입장 특혜 등을 지목했다. 특히 강원랜드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3월 28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강원랜드 알박기의 원조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사진 4명이 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고 한다”며 “이런데도 지역구민을 취직시킨 염동열 전 미래통합당 의원만 감옥에 갔는데 이게 과연 공정인가”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강원랜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영 전 강원랜드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후배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는 강원도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퇴임 후 새누리당 소속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했다. 함승희 전 강원랜드 대표 역시 과거 친박연대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김진태 후보는 강원도지사에 당선되면 강원랜드 낙하산 인사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6.27%의 산업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이다. 강원랜드의 임원 인사권은 사실상 산업부에 있고, 강원도지사가 개입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와 관련, 김진태 후보 측 관계자는 “강원도가 보유한 강원랜드 지분도 상당하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부분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강원도개발공사와 정선군이 각각 강원랜드 지분 5.34%, 5.02%를 갖고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심규호 부사장이 자신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강원랜드 낙하산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일요신문은 이 후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이광재 의원실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