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페이즈4’에 대한 거리감 좁히는 게 관건…영화 관람 전 연계 드라마 시청, 신규 가입 증가 기대
앞서 개봉한 ‘블랙위도우’(202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은 페이즈 4에 속하면서도 친숙한 캐릭터의 솔로 무비였기에 국내 대중들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개봉한 아시안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과 어벤져스를 이을 새로운 히어로 집단을 소개한 ‘이터널스’(2021)는 마블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거나 혹평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마블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얻지 못해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들이 대거 빠진 페이즈 4가 국내에서만큼은 대중성 확보가 요원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우선 닥터 스트레인지, 스칼렛 위치(완다 막시모프), 프로페서 X 등 어벤져스부터 엑스맨까지 대중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낮췄다. 어벤져스의 일원이자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 캐릭터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솔로 무비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1편인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 6년 만에 공개되는 후속편이다.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 속 키맨으로 활약하며 솔로 무비 이상으로 존재감을 높인 데다, 바로 직전 작품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캐릭터라 후속작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정의되는 페이즈 3을 그리워하는 마블 팬덤부터 일반 대중들까지 아울러 페이즈 4와 디즈니+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흥행 여부가 다음 마블 작품들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맛보기로 보여줬던 ‘멀티버스(Multiverse·다중우주 세계관)’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켜 하나의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한 ‘마블 세계관’과 완벽하게 연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차후 공개될 페이즈 4의 영화 속 신규 히어로는 물론, 디즈니+의 마블 드라마 속 주인공과 해당 작품의 스토리도 그대로 차용돼 작품 하나로 모든 플랫폼과의 연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2021년 1월 디즈니+를 통해 독점 공개된 드라마 ‘완다비전’과 같은 해 6월 방영된 ‘로키’의 설정과 일부 등장 캐릭터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이어진다. 특히 ‘완다비전’을 보지 않았다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완다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영화 관람 전 드라마 시청이 필수라는 팁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드라마 역유입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는 막강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선 넷플릭스와 국내 OTT에 치여 큰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콘텐츠는 많지만, 마블 무비와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굳이 가입을 유지하면서까지 볼 만한 오리지널 작품이 없다”는 게 국내 대중들의 여론이었다. 특히 한국 채널 한정으로 제한된 콘텐츠와 번역 미흡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해외 대비 둔화된 가입률을 보여 왔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역시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한국 작품에 투자해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국내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차였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스크린 ‘대어’로 꼽히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 국내에서 늘 2인자에 머물렀던 디즈니+의 반등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페이즈 4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영화를 통해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에 역으로 유입될 신규 가입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디즈니+에서 공개한 마블 관련 오리지널 드라마는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저’ ‘로키’ ‘호크아이’ ‘문나이트’ 등으로, 이 가운데 시즌 2까지 이어진 ‘로키’는 2023년 개봉이 예정된 ‘앤트맨 앤 와스프: 퀀터매니아’와도 연결돼 있다. 그런 만큼 이렇게 유입된 신규 가입자들은 또 다시 마블 무비의 흥행과도 연계적으로 상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도 파악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