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르물 귀재로 자리 잡은 김성규, 탄탄한 필모그래피에 ‘돼지의 왕’까지 추가
김성규는 '돼지의 왕'에서 20년 만에 나타난 친구이자 연쇄살인마 황경민(김동욱 분)을 쫓는 형사 정종석 역을 맡아 빈틈없는 연기로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특히 극 중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살인 사건과 깊게 연관돼 있던 반전을 섬세하게 그려내 '돼지의 왕' 스토리를 더 흥미롭게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는 7월에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올 김성규가 또 어떤 변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하는 김성규의 '돼지의 왕' 종영 일문일답 전문.
― '돼지의 왕' 촬영을 마친 소감은.
"이 작품을 함께 만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 이야기, 인물들의 감정, 특히나 어린 시절의 일들이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의미 있는 작품에 함께하게 돼서 감사하다."
― '돼지의 왕'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다. 본인이 맡은 캐릭터 역시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인데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종석이라는 어린 친구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한 이유와 성인이 된 지금 선택하는 일들이 받아들여질까? 시청하시는 분들이 이해하고 생각해 볼 수 있어야 될 텐데라는 고민이 컸다. 역시 그런 것들을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중2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을 후회와 눈물이 아닌 이를 악물고 버티는 정종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2 이후 친구들도, 자기 자신도 지우려 하지 않았을까."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인상 깊은 대사가 있다면.
"대사는 '돼지인 우리가 개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다. 장면은 철이와 경민 종석이 폐가에서 소파에 앉아 거사를 치르기 전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어린 아이들이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너무 아이 같아서 안타깝고 여운이 길었다."
― 현장 분위기나 동료 배우들과의 케미·호흡은 어땠나.
"현장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김대진 감독님 김상우 감독님 스태프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제가 광수대 에이스로 나오다 보니 동료들이 저를 따르고 믿어줘야 하는데, 같이 연기한 광수대 이태검, 안두호, 지찬, 박진 배우가 촬영 때 그리고 평소에도 저를 믿어주고 받쳐줘서 제가 에이스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도 잘하고 선한 분들과 함께해서 좋았다.
또 강진아를 맡은 채정안 선배는 우리 작품이 무겁고 힘든 이야기인데 유쾌하고 편안하게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고민도 서로 나누고 많이 믿어줬던 감사한 선배였다. 김동욱 선배는 만나는 신마다 힘들고 걱정되는 신이 많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계속해서 닥치는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종석 입장에서 선배님 연기에 같이 집중할 수 있었다. 늘 촬영을 하면 많은 도움을 받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모든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작품인 것 같다."
― 댓글이나 지인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재미있다' '모든 배우들 연기가 좋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 '범죄도시', '악인전', '킹덤', '어느 날'에 이어 '돼지의 왕'까지 다양한 장르물에서 활약하며 K-장르물 대표 배우로 떠올랐다. 장르물 연기를 할 때(혹은 준비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는지, 또 대중들이 왜 김성규의 장르물 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특별히 장르물이라고 따로 준비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장르물 특성상 맡은 역할이 극적인 상황을 많이 연기하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집중하는데 방해되지 않게, 부족하겠지만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대중분들이 좋아하시는 장르물에 좋은 역을 하게 된 게 이유라면 이유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본인이 연기한 정종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이다. 촬영하면서 뭔가 그냥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철이 경민 종석 모두에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