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기업대출 수요 확대 힘입어 1분기 순이익 급증…수익 잔치 변수는 금리와 경기 상황
국내 4대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조 27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5124억 원)보다 30.3% 급증했다. 주수익원인 원화대출 잔액이 114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어난 덕분이다. 불과 한 분기 전인 지난해 4분기(1조 7701억 원)와 비교해서는 순이익이 무려 84.9% 급증했다. 이 기간 원화대출 잔액은 10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밀은 △금리상승에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시키면서 확대한 예대마진 △회사채 시장 냉각으로 기업대출 수요 확대 △충당금 적립 축소에 있다.
지난해 1분기 신규기준 2.74%이던 예금은행 대출금리 평균은 올 1분기 3.5% 수준으로 높아졌다. 잔액기준도 이 기간 2.8%에서 3.1%대로 올라섰다. 반면 예금금리는 신규가 0.86%에서 1.7%로 꽤 올랐지만 잔액은 0.68%에서 0.9%로 ‘찔끔’ 움직이는 데 그쳤다. 덕분에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1.42%포인트(p)에서 꾸준히 상승해 4분기 1.49%p까지 오르고 올해 들어서는 1.54%p까지 치솟는다. 대출잔액까지 늘었으니 순이자수익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1분기 말 4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70조 원으로 지난해 말(575조 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기업대출 잔액은 572조 원으로 이 기간 15조 원이 늘었다.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앞지른 셈이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다시 은행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서다. 올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4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조 원 대비 14%가량 줄었다. 은행 대출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다. 통상 금리도 가계대출보다 높다. 그만큼 이익기여도가 크다.
지난해 4분기 4대 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6742억 원이다. 올 1분기에는 2385억 원만 쌓았다.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충당금을 덜 쌓으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연체율이 0.2%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부실위험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연장된 데 따른 착시효과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확대로 부실차주가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충당금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은행 기업대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게 소상공인(SOHO) 대출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IBK기업은행은 올 1분기 2733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4분기(2547억 원)보다 늘었고 4대 은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다. 그만큼 부실에 단단히 대비를 한 셈이다. 그 결과 기업은행 1분기 순이익은 6597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1.4%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은행들의 수익 잔치 지속 여부는 금리와 경기 상황에 달려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긴축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과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가 차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
시중자금의 향배도 눈여겨봐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저원가성 자금을 확보하기 쉬웠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저원가성 예금 모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1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2%에 육박한 상황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예금 금리로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오히려 가치가 하락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국면이다.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적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시중자금을 빨아들인다면 4대 은행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