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집무실 이전 “맞는지 의문”
문 대통령은 29일 답변 영상을 통해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만큼은 직접 하기로 했다"며 "답변하기가 조심스러운 청원도 있지만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 동의하신 국민청원에 대해 모두 한꺼번에 답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청원은 문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2017년 8월 19일 도입됐다. 게시글이 100명의 사전 동의를 거쳐 정식 공개되면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청와대·정부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날 문 대통령이 답한 청원은 △윤석열 당선인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 이전하여 국민 혈세 수천 억원을 날리는 것을 막아주십시오(54만 4898명 동의) △동탄 길고양이 학대 강력처벌해 주세요(51만 7839명 동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합니다(35만 5501명 동의)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28만 7985명 동의)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 주세요(22만 5598명 동의) △의료 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제주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 주십시오(22만 47명 동의) △제20대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에 반대합니다(21만 2122명 동의) 등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면서도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서는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안보 공백과 경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에 양해를 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였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청와대 앞길이 개방되었고 인왕산과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었으며 많은 국민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고 덧붙였다.
'동물 학대범 강력 처벌과 동물보호 강화 요구 청원'에는 "동물보호 청원에 대한 답변이 이번으로 열다섯 번째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고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동물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청원하신 두 건 모두 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에 대해선 "청원인은 정치부패범죄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의 필요성과 함께 아직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며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에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 민영화 청원에 대해선 "의료민영화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며 "청원인이 언급한 병원은 소송이 진행 중으로 최종 사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하며 국가 매수 방안도 아직은 말하기에 이른 상황"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청원에 대해 "오늘의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놀라운 국가적 성취는 모두 국민들께서 이룬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 동안 언제나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셨고 위기와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셨다. 퇴임 이후에도 국민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달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총 111만 건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5억 1600만 명이 청원 게시판에 방문했으며 2억 3000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