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로 역대급 실적이지만 물가·배달비 상승에 수익성 악화…원부자재 가격 동반 인상엔 비판
BBQ는 최근 대표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황금올리브닭다리 등을 포함한 전 품목을 2000원 일괄 인상했다. 지난해 교촌과 bhc가 나란히 가격을 인상한 후 5개월 동안 가격 인상 없이 버텼으나 결국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3사 모두 지난해 ‘코로나 특수’를 노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연이은 가격 인상 소식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BBQ는 지난해 연말 경쟁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 홀로 가격을 동결한 채 버티다가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3분기 평균 영업이익의 반토막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교촌 역시 2021년 한 해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의 비율이 83%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익률이 크게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BBQ에 따르면 물류와 곡물 가격이 2018년도 대비 평균 231.5% 증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가 4월 27일(현지시간) 식용유 등의 수출 중단에 관한 규제령을 발표하며 팜유 원유(CPO)와 팜유 원유를 정제한 RBD팜유까지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했다. 전세계 팜유의 60% 가까이를 공급하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로 식용유 가격이 더 뛰어오를 전망이 나오자 치킨 업계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배달비도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특히 주요 배달앱이 올해 초 단건 배달의 할인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Q 한 관계자는 “2018년에는 가맹점주들이 치킨 한 마리 팔면 5000~6000원의 마진을 남겼지만 지금은 1000~1500원밖에 못 남긴다”며 “2018년도부터 가맹비나 원부자재 가격이 쭉 동결이었는데 플랫폼 앱 수수료, 라이더 수수료, 인건비 때문에 사장님들의 마진이 계속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교촌과 BHC 역시 배달비가 늘어나면서 가맹점 수익이 악화된 점을 지난해 가격을 인상한 핵심 이유로 꼽고 있다.
거기다 올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시간당 9160원의 급여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직원 인건비가 시급 1만 원을 훌쩍 넘어가지만 높은 배달비 때문에 젊은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전부 더 높은 수당을 쳐주는 배달 시장으로 가기 때문이라는 것.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때문에 채용을 포기하고 부부가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해도 100마리 팔면 10만~15만 원 남는 것이 현실”이라며 “라이더들이 3월 한 달에 최소 700만 원씩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배달수수료로 얼마나 많은 돈이 빠지는지 짐작 가능하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프랜차이즈마다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리법이 달라 인건비가 타 업체의 2배로 소요되는 교촌의 경우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와 협업해 '닭 튀기는 로봇'의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이 매장에 배치될 경우 뜨거운 기름에서 직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건비 절감도 가능하다.
BBQ의 경우 자사 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월 중순부터 보름간 무려 4차례의 이벤트를 통해 자사 앱 주문 고객에게 무료 증정 쿠폰이나 선물, 혜택을 뿌리고 있다. 앞서의 BBQ 관계자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배달비는 어쩔 수 없지만 가맹점주들이 배달앱에 지불하는 10%의 중개수수료라도 아낄 수 있게끔 자사 앱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bhc 한 관계자는 “저희도 자사 앱이 있지만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본사에서 신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BBQ나 지난해 치킨 업체들이 음식 메뉴에 반영한 가격 인상폭은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지금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요인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식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업체들의 고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BBQ가 5월 2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신선육과 소스류, 치킨 무 등 원부자재 39개 품목 가격을 평균 19.5% 인상하기로 한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원부자재 가격도 인상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 역시 지난해 7차례 원부자재 가격을 인상해 비판받은 바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치킨 업계는 항상 성장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 단계가 늘어나며 가맹점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게 문제인 상황에 가맹점주와 ‘상생’하겠다고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그들이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원부자재 가격까지 인상한 건 지적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