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글로벌 OTA 4사에 경쟁력 밀리고 클라우드 시장은 규모 작아 실익 적어…야놀자 “시작 단계, 유의미한 수치”
#야놀자, 몸값 10조 거품론 불식 과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야놀자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를 목표로 IPO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유력하게 내다보고 있다. 2020년 야놀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국내 증시 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상장 주관사는 같은 해 12월부터 야놀자에 대한 정밀 실사를 통해 야놀자의 비즈니스 모델, 수익성, 지배구조, 재무적 투자자(FI) 현황, 내부통제 시스템, 경쟁사 동향 등을 파악했다. 그런데 돌연 2021년 9월 외국계 증권사로 주관사 계약을 변경했다.
지난해 7월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총 2조 원대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주관사를 바꾼 배경으로 꼽힌다. 같은 해 5월부터 비전펀드II가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을 조건으로 야놀자에 투자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가 관련 업계에 퍼졌다.
야놀자 몸값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해 비전펀드II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0조 원에 육박한다. 2019년 기업가치 1조 5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된 지 2년 만에 기업가치가 6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 5월 3일 기준 쿠팡과 야놀자의 주가매출비율(PSR)로 따지면 쿠팡은 약 1.8배, 야놀자는 27배다. 동종업계인 부킹닷컴(8배)보다도 3배 이상 높다.
야놀자가 직접적으로 공략 가능한 온라인 숙박 예약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3조 6000억 원 수준이고, 해당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해 예약수수료와 광고로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예약수수료와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3747억 원) 중 58.9%(2206억 원)에 달한다. 당장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경쟁업체인 여기어때의 점유율(25%)을 뺏는 수밖에 없다.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수익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정부와 규제당국의 칼날도 피해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월 경기도는 숙박예약 시장 독과점인 야놀자가 가맹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맹사와 다른 이용사업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야놀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마련돼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적용 대상 플랫폼 기업이다.
#해외시장 경쟁력 증명은 언제쯤?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관건은 해외시장 경쟁력과 클라우드 시장의 가치를 인정받느냐가 꼽힌다. 야놀자는 OTA를 넘어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여행, 항공, 공연, 쇼핑 등 인터파크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야놀자는 B2C 온라인 항공권 시장점유율 1위인 인터파크의 역량을 활용해 이동, 숙박, 체험 등을 총망라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6월에는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리해 신규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PMS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야놀자는 2017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가람,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등 국내외 PMS 기업을 인수했다. 야놀자클라우드의 글로벌 PMS 시장점유율은 오라클에 이어 세계 2위다.
문제는 해외시장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실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야놀자의 해외 매출은 5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 비중은 8.5%(318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글로벌 PMS 시장 내 상위 5개 업체의 매출 점유율이 30% 미만 수준이고, 전 세계에서 700~1300개의 PMS 공급업체가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글로벌 PMS 시장 규모는 2019년 8억 8300만 달러(약 1조 원)에서 2025년 16억 4000만 달러(약 2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긴 하지만, 그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시장이다.
몸집 키우고 있는 해외 OTA 사업자들과 경쟁도 녹록지 않다. 글로벌 OTA는 유망 중소 OTA 인수합병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형화됐다. 2020년엔 4개 OTA 그룹사(익스피디아, 부킹홀딩스, 트립닷컴, 에어비앤비)가 온라인 여행시장의 97%를 과점하는 형태로 성장했다. 특히 OTA 산업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기존 OTA 기업들의 성장성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분석이다.
야놀자는 상장 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야놀자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는 벤처캐피털 뮤렉스파트너스와 함께 골프장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 이츠원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투어앤액티비티’ 사업 경쟁력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2016년 글로벌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도 여행지에서 현지 경험을 공유하는 ‘트립스(Trips)’를 출시해 ‘숙박업체’에서 ‘관광업체’로 한 발 도약했다. 같은 달 야놀자는 렌터카 모빌리티 플랫폼 캐플릭스에 투자를 단행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캐플릭스의 지역 기반 네트워크 및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이 자사의 여가 인벤토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놀자의 슈퍼앱 전략(한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의문 부호가 찍힌다. 과거에 한 번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2018년 3월 야놀자는 레저·액티비티 솔루션 기업인 레저큐를 인수하며 콘텐츠를 강화했고, 이듬해 9월에는 데일리 경영권을 확보해 호텔·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을 강화했다. 하지만 레저큐와 데일리는 적자를 내는 등 예상했던 수준의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결국 2018년 야놀자는 적자 확대, 가맹점의 불법행위 논란 등으로 인해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2020년 말에는 상장을 재추진하면서 흡수합병을 통해 레저큐와 데일리를 소멸시켰다.
이와 관련, 야놀자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과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면 유의미한 수치”라면서 “당사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숙박 사업이 주력이긴 하지만, 여가 전체를 다루는 회사다. 모빌리티, 액티비티, 공연, 맛집, 쇼핑 등을 모두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까지는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된 적자였다. 작은 스타트업인 레저큐와 데일리가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야놀자와 흡수합병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