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여행시장 공략 본격화로 ‘테크’ 강조, 미국 증시 상장 위한 포석 분석도
#인터파크 지분 70% 2940억 원에 인수
인터파크에 따르면 매각은 이커머스 부문을 물적분할 한 뒤 신설된 법인 지분의 70%를 야놀자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야놀자는 여행·공연·쇼핑·도서 등 인터파크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인터파크는 아이마켓코리아와 헬스케어, 바이오 부문만 유지하게 된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에 대해 “국내 기업으로서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해외여행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의 강점인 티켓 및 여행 상품과 시너지를 내고 해외여행 시장 공략을 위한 인수·합병(M&A)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경쟁이 치열해질 해외여행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인수 전 야놀자는 이미 ‘실탄’을 두둑하게 채워둔 상태였다. 지난 7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야놀자는 투자금 사용처에 대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기술력 증진을 꼽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에 이은 두 번째로 대규모 비전펀드의 투자다. 야놀자 역시 쿠팡에 이어 2023년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성공적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야놀자의 매출이 아직 2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어 미국 증시 상장까지는 앞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데카콘’ 기업으로 평가받게 됐다. 국내 여행 관련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 ‘유니콘(기업 가치 약 1조 원을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평가받은 데 이은 성과다. 이로써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2016년 4000억 원에서 5년 만에 25배나 뛰었다.
#하나투어와도 MOU
야놀자는 최근 하나투어와도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여행과 숙박 중심이던 사업영역을 해외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상품을 야놀자 플랫폼에서 유통하고 양사의 시스템과 브랜드를 활용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하나투어의 온라인 플랫폼 개발 및 상품 개발에 대한 공동 투자 방안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투어 역시 기존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 채널을 유지하면서 MZ 세대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야놀자와의 MOU가 주요해 보인다. 그동안 하나투어가 준비해 오던 자유여행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라도 최근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는 야놀자와의 협력은 의미 있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주로 국내 상품 기반이었던 온라인플랫폼과 전통적인 해외전문 오프라인 여행사 간의 전략적 제휴라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는 모텔 앱(애플리케이션)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동시에 국내외 여행레저 및 호텔 관련 업체들을 인수해 저변을 확대했고 현재는 여행‧레저‧항공‧교통 등 여가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행 기업들과의 인수합병과 MOU 역시 단순한 숙박앱을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글로벌 OTA 위해 ‘테크’ 강조
국내 이용자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야놀자는 국내 숙박 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를 넘어선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여행과 숙박 플랫폼 점유율에서 야놀자가 35.40%로 1위였으며 여기어때가 29.00%로 2위, 아고다가 11.20%, 에어비앤비가 10.80% 순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거의 2년 동안 무너졌다시피 한 해외여행을 대신해 풍선효과로 국내여행이 대폭 늘면서 야놀자는 코로나 수혜를 입은 기업 가운데 하나다.
야놀자는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다양한 국내외 여행 플랫폼들과 연계해 글로벌 OTA와 상대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본격적으로 글로벌 여행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2019년 숙박 시설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해 동남아 숙박시장에 뛰어들어 1만 개 이상의 객실을 운영 중이다. 앞서 객실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IT기업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 등을 인수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아프리카 지역 내 5000개 호텔과 계약했다. 9월에는 베트남 여행기업인 ‘브이엔트레블’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호텔관리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호스피탈리티 솔루션(호텔 자동화 서비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크 경쟁력 강화와 고도화도 선언했다. 최근엔 TV 광고 등을 통해 테크 이미지를 강조하며 여행 테크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최근 TV 광고 캐치프레이즈인 ‘야놀자 테크놀로지’는 ‘테크 올인’ 전략의 일환으로 야놀자의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광고”라며 “여행의 모든 카테고리를 야놀자 플랫폼 하나로 해결하는 ‘슈퍼앱’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놀자는 가수 하니를 모델로 브랜드를 띄웠던 초기의 ‘초저가 야놀자’에서 최근 ‘테크’를 강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글로벌 OTA들이 하나같이 ‘여행 기업’이 아닌 ‘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야놀자는 국내 숙박 점유율을 넘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부킹닷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OTA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에 따라 코로나 이후 국내 대표 IT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글로벌 OTA 와의 경쟁에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