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진출 악재? TSMC 말고는 경쟁자 없어”…“퀄컴·엔비디아 이탈 가능성도 희박”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연구원 박 아무개 씨의 말이다. 최근 대내외 미디어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연초부터 삼성전자를 두고 외신이나 해외 IT 블로그 등에서 파운드리 관련 ‘악재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기사가 계속됐다. 파운드리는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 받아 생산·공급하는 일을 의미한다.
파운드리 사업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휴대전화에서도 소위 GOS(Game Optimizing Service) 사태 등 악재 보도가 계속되면서 주가도 내리막을 탔다.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원 가까이 다가갔으나 6만 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소위 동학개미 운동이라고 하는 개인 직접 투자 붐이 불면서 삼성전자를 많이 매집해 ‘국민주’에 등극했지만, 주가가 밀리면서 원성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가전, 메모리, 파운드리 등 다양한 업종에서 매출을 내고 있어 전문가들도 분석하기 어려워하는 회사다. 다만 삼성전자 부문 가운데 휴대전화 판매나 가전은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점유율을 더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최근 삼성전자가 10만 원까지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속해 있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파운드리 절대 강자는 대만의 TSMC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약 17%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021년 약 130조 원에 달했고 2020년 21%, 2021년 26% 성장했다. 삼성전자가 성장하는 거대 시장에서 TSMC 매출을 빼앗아 올 것이란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를 띄웠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먼저 파운드리를 향한 부정적인 보도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 언론보다 외신에서 연초부터 “조직 문화가 너무 안 좋아져서 파운드리 수율을 두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율 때문에 최대 고객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삼성과 갈라설 수 있다”, “파운드리 개발 문제가 생겨서 2024년까지 3나노 공정 출시가 불가능하다” 등의 얘기가 계속됐다. 여기에 2021년 3월 반도체 공룡 인텔이 파운드리에 뛰어든다는 소식도 삼성전자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일요신문이 만난 삼성전자 파운드리 현직자들은 대부분 현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인텔의 시장 진출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소속 김 아무개 연구원은 “인텔이 파운드리에 뛰어든다는데 솔직히 별 걱정은 안된다. 인텔이 진출 선언한 1년 동안 매출이 0이다. 그만큼 녹록하지 않은 시장”이라며 “돈만 쏟아붓는다고 되는 시장이라면 진작 중국이 먹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투자하고 인력 관리하면서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 시장이다. 바닥에서 시작해서 따라잡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연구원은 결국 외부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해도 TSMC 외에는 삼성전자의 경쟁자가 없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3나노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고 해도 결국 전 세계에서 7나노 이하 공정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다. 글로벌 파운드리 가운데 10위 안에 드는 업체 중 TSMC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7나노 이하 공정에 투자할 마음도 크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7나노 이하 공정을 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노하우가 쌓여야 하고 수십조 원의 투자금을 매년 부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업체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이 성장한 곳은 삼성전자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4분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1%포인트(p) 상승해 18.3%를 달성했다.
삼성전자 소속 이 아무개 연구원은 고객사 이탈 소식도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퀄컴과 엔비디아가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공식적으로 2022년 하반기까지는 계약된 데다 고객사는 파운드리 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갑자기 바꿀 수 없다”면서 “회사마다 공정 방식이 다르다. 설계와 공정이 합을 맞춰서 생산했는데 갑자기 TSMC로 옮긴다는 건 업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수율 문제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수율 문제 등 우려가 있었지만, 초기 양산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안정화돼 끝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외적 우려를 모르진 않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악재 보도를 내는 몇몇 외신은 친대만 언론인 경우가 많다. 미국 언론도 한국보다는 대만에 우호적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에서는 외신이 중립적이라 보지만 사실은 대만 쪽에 편중돼 보인다. 예를 들어 외신은 삼성전자가 2021년 파운드리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냈지만 2021년 4분기를 보더라도 삼성전자는 우려와 달리 성장했다”고 얘기했다.
김 연구원은 우려는 이해하지만 왜곡은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다. 국가적 사업이니만큼 걱정은 이해한다”면서 “대만은 이보다 더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고 TSMC는 그 핵심을 담당한다. 대만이 반도체 관련 문제에 사활을 거는 이유고 대만 언론이 삼성전자를 5년째 공격하는 이유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외신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한다고 해도 한 귀로 흘리지만, 국내 언론에서 수율 문제나 고객사 이탈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으로 삼성전자를 때리는 건 현직자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면서 “201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그 어떤 파운드리 업체보다 훌륭한 성과를 냈다. 특히 2023년 이후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을 포함한 연구원들이 2023년 이후 판도가 바뀐다고 보는 가장 큰 근거는 앞으로 닥쳐 올 3나노 공정에서 TSMC와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연구원들은 “TSMC는 3나노에서도 기존 FinFET(핀펫) 구조를 유지해 15% 정도 향상됐지만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에서 GAA(Gate-All-Around) 구조로 양산화를 시작해 실현된다면 45% 이상 성능 향상이 예상된다. 3나노부터 공정 기술이 한 단계 앞선다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