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에 검찰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 수사…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 웰스토리 활용 의혹까지 주목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했다. 삼성전자 등 4개사(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와 삼성웰스토리에도 과징금 총 2349억 원을 부과했다. 당시의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의 부당지원행위 사건 집행 이래 최대 규모이며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 원은 국내 단일 기업 규모로는 최대였다.
공정위는 삼성 4개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웰스토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맺고 이익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이들 4개사는 삼성웰스토리에 식재료비 마진을 보장하고, 위탁 수수료 15%를 인정해주며, 소비자물가 및 최저임금에 식단가를 연동해주는 등 동종업계 어디에도 없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식재료 값의 변동과 관계 없이 매년 약 1조 1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평균 95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삼성웰스토리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삼성 4개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4859억 원에 달했다. 철저하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생존한 회사인 셈이다.
당시 공정위는 4개사가 명백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며 사내 급식 물량 100%를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준 것은 미래전략실의 조직적인 개입 때문이라고 봤다. 미전실은 당시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로 계열사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영권 승계를 전담하던 조직이다. 2011년 2월 미전실은 삼성전자 등 4개사에 1인당 식재료를 인상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2012년 3월에는 하루 3끼까지 임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도록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해당 조처로 삼성웰스토리에 흘러가는 자금이 대폭 늘었으나 급식 품질이 변하지 않자 2012년 하반기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삼성웰스토리가 급히 식재료를 추가 투입해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이익률이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미전실에서 다시 나섰다. 공정위는 이때 최지성 미전실장의 주도 하에 삼성웰스토리가 무조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앞서의 계약서가 마련됐다고 봤다. “전략실 결정사항이므로 계약 시 절대 가감하여서는 안 됨”이라는 지시와 함께 새로운 계약서가 마련됐다. 이후 삼성웰스토리는 그룹 계열사에서 수익을 쭉 뽑아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냈을 정도였다.
공정위는 미전실이 삼성웰스토리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4개사가 급식 경쟁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급식비 효율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가 2014년 4개 식당, 2017년 2개 식당, 2018년 1개 식당에 대해 경쟁입찰을 추진했는데 번번이 미전실에 가로막혔다. 2017년 미전실은 공식해체됐지만 미전실 출신 임원 등이 나서서 경쟁입찰 추진 중단을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삼성 4개사가 식재료비 마진을 보장해주는 만큼 웰스토리가 약정한 식재료비를 실제로 전부 사용하는지 검증이 필요했으나 미전실이 가격조사 금지조치를 통해 이마저도 막았다.
공정위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파고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그룹 전체가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계열사(삼성웰스토리)에 이익을 몰아 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행위가 일어난 시점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12월 이재용 고 이건희 전 회장의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자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전실이 ‘프로젝트 G’라는 이름의 ‘승계계획안’을 마련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때부터 이미 윤곽이 그려져 있었다. 김우찬 교수는 “삼성웰스토리에 부당지원이 있었던 건 2013년부터고 삼성웰스토리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일어난 게 2015년이었기 때문에 승계작업을 위한 밑작업이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웰스토리가 계열사 지원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4년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부문은 에버랜드가, 나머지 부문은 삼성SDI가 흡수해 소멸한 상태였다. 2015년 5월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가 나왔다. 당시 합병 비율은 ‘1:0.35(제일모직:삼성물산)’. 제일모직에 비해 자산과 매출이 월등히 높은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웰스토리가 이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합병을 앞둔 삼정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 부문의 가치는 약 2조 8000억 원으로 피합병회사였던 삼성물산의 가치(약 3조 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았다. 제일모직의 또 다른 자회사로 승계와 관련해 분식회계 논란을 빚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로 다음 순위였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34%를 보유하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7.23%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돼 마침내 그룹사 전체의 경영권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승계의 핵심 키워드였는데 하필 그 시점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웰스토리의 기업가치를 키워주려고 미전실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아마도 그룹사 전체에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수사받는 입장이므로 별도의 공식적인 답변을 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