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캠프 합류’ 나태근 변호사가 주인공…나 변호사 “정치 활동과 별개 본업 수행”
2022년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오랜만에 관객과 함께하는 콘택트 시즌을 맞이했다. 5월 5일엔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5개 구장에 10만 3573명 관객이 입장했다. 역대 어린이날 가운데 3번째로 많은 관중이다. 코로나19 그림자가 걷히고 있는 가운데, 야구장은 시끌벅적했던 예전 분위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와 관련한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허문회 롯데 전 감독의 대규모 송사였다. 야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부터 고소당했다’는 복수 경험담이 나오면서 이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전직 프로야구 감독이 재임 중 일을 갖고 불특정 다수 야구팬을 고소했다는 점, 모욕죄 범위를 일반 사건보다 다소 광범위로 설정했다는 점 등이 화제를 모았다. 허문회 전 감독을 ‘무뇌’라고 칭한 누리꾼 혹은 롯데 경기 내용과 관련해 비속어 등 원색적 비난과 함께 허 전 감독 전략을 평한 누리꾼 등이 고소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를 당한 이들 중에선 허 전 감독과 크게 상관없는 게시물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고소당한 사례도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스포츠 매체 스포츠춘추 보도에 따르면 허 전 감독은 “처음에는 고소할 생각이 없었다. (감독직을 그만두고) 한 달 뒤 아내가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가족 괴로움을 덜기 위해 부득이 대량 고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허 전 감독은 2020시즌 초부터 2021년 5월 11일까지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재임했다.
그런데 허 전 감독의 고소전은 정가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허 전 감독의 법률대리인이 정치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허 전 감독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경기도 구리시에 사무실이 있는 나태근 변호사로 확인됐다. 나 변호사는 국민의힘 경기 구리시 당협위원장이다.
나태근 변호사는 5월 6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정치활동과 상관없이 변호사가 본업”이라면서 “구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임하는데, 의뢰인(허 전 감독)이 구리에 거주를 해서 사건을 위임해 맡게 된 것”이라고 사건 수임 경위를 밝혔다.
나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 팬들을 고소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를 보긴 했다”면서 “그러나 입에 담기 힘든 원색적인 비난이나 모욕 이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고, 이런 악의적 비난 댓글로 의뢰인이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변호사는 “정치 활동과는 별개로 본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1975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한 나태근 변호사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뒤 제50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거쳐 국가정보원 사이버안보 정책기획담당관으로 활동했다. 인천교통공사 법무팀장, 심재철 의원실 비서관을 지냈다. 2019년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나 변호사와 관련해 “국정원에서 수년간 정보보호 등 사이버보안 관련 정책 수립, 법령 개선 업무를 담당했던 정보보호 전문가로 법률적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나 변호사는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그를 경기 구리 지역구에 공천했다. 나 변호사가 선거에서 만난 상대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직을 수행 중인 윤호중 의원이었다. 나 변호사는 4만 3456표를 얻어 득표율 39.41%를 기록했다. 윤 의원은 6만 4668표(득표율 58.64%)를 얻었다. 과반 득표한 윤 의원이 4선에 성공했다.
나 변호사는 2019년부터 경기 구리시 당협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2021년엔 중앙당 당무감사위원회 감사 결과에 따라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제20대 대선에선 국민의힘 경기도당 공동 선대위원장 직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는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선대위원회에 따르면 4월 10일 기준 경기도당 원내외 당협위원장 19명이 김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여기에 나 변호사 또한 포함돼 있다.
법조계에선 변호사가 개인 사건을 수임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쨌든 정치인도 먹고 살아야 하는 만큼 이해가 되는 대목”이라면서 “정치인에게도 생계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중심으로 불거진 악플 고소 사건이다 보니, 그에 따른 여론 변화에 대한 부분은 정치인 본인이 감당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