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기 한동훈 취임 땐 총장 임명 과정 기수 출렁일 가능성…사표 반려 간부들 당분간 상황 보고 행보 정할 듯
이처럼 패러디지만 차기 대선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던 김오수 총장이 검찰을 떠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반발해 4월 17일 사의를 표명했던 김오수 총장은 4월 18일 사표를 반려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뒤 다시 총장직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4월 22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하자 재차 사표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6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공포안을 의결한 지 사흘 만이다.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한 차례 사표를 반려했으나 김 총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재차 사의를 밝혀왔다”며 “이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돼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표가 수리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해 죄송하다”며 “검찰이 어렵지만 저력이 있으니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새 정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불편한 동거를 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아직 한동훈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한 임명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총장이 중도 하차하지 않고 임기를 채웠다면 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과 27기 법무부 장관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더 큰 의미는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바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은 뒤 최종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면서 “한동훈 후보자가 장관이 돼 기존처럼 장관보다 아래 기수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면 27기인 한 후보자보다 아래인 28~29기에서 차기 총장을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기 총장은 한 후보자보다 몇 기수 위에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윤 당선인, 한 후보자와 같은 검찰 내 특수통을 중심으로 몇몇 검찰총장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오수 총장과 함께 사의를 밝힌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고검장 6명, 그리고 고검장급인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까지 모두 8명의 검찰 고위 간부의 사표는 반려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총장 이외의 검찰 간부들까지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검찰사무의 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검 차장을 중심으로 빈틈없이 책무를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장 사표는 반려됐지만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등 친 문재인 정부 성향 검사들은 결국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와 가까웠던 고검장과 검사장 일부가 사의를 밝힐 가능성도 있지만 아마 차기 검찰총장 임명까지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동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차기 검찰총장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 기수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검찰 간부 여럿이 검찰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기수가 한 번 크게 출렁거린 바 있다. 사법연수원 18기인 문무일 전 총장 후임자로 무려 5기수 아래인 23기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후임으로는 다시 3기수가 위로 올라와 20기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됐다. 한동훈 후보자가 27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또 한 번 검찰 간부 기수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기수문화로 인해 새로운 검찰총장이 지명되면 같은 기수와 위 기수는 검찰을 떠나는 관행이 오랜 기간 자리 잡아 왔고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과 기존 검찰총장의 기수가 많이 벌어지면 간부급 검사들의 집단사퇴가 불가피해진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이 다섯 기수를 뛰어 넘어 검찰총장이 되면서 어느 정도 철저한 기수문화에 따른 관행이 극복되긴 했다.
이번에도 기존 관행처럼 검찰 간부들이 대거 검찰을 떠나는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에 김오수 총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대검 차장검사와 고검장 등 8명의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에는 윤석열 당선인, 한동훈 후보자 등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이들도 여럿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윤석열 정부에서의 첫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검찰을 떠나는 간부들도 몇몇 나오겠지만 좌천성 인사가 나오더라도 우선 검찰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처음 1~2년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즈음 간부들이 대거 검찰을 떠났다”며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검찰이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우선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살펴보며 향후 행보를 정하려는 검찰 간부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