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 이재명 정치적 부담 불구 장고 끝 조기 출격…‘분당갑’ 안철수 당권 위한 전초전 정치적 명운 달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당은 5월 6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재명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고문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고문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대선 패배 이후 84일 만에 초선 국회의원으로 중앙 정치에 발을 딛는 셈이다.
아울러 이 고문은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 고문이 당에 직접 선거를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일정 기간 잠행기를 갖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이른 복귀라는 평이다. 2007년 12월 17대 대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전 의원이 이듬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사례가 대선 후 복귀 최단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초 정가에선 이 고문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여의도로 돌아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비관론이 확산되자 이 고문의 조기 등판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수도권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기지사 출신 이 고문의 차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뒤를 이었다. 전략공천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5월 3일 “분명한 것은 현재 민주당에 이재명만 한 스타는 없다”며 “당의 전국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차출도 고려하고 있고, 삼고초려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
이 고문 측근으로 꼽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고문이 고심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인천, 수도권 모두 우리가 열세라는 평가가 많아서 이 고문을 중심으로 선거판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도 강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을 계양하라’는 글이 도배되기도 했다. 송영길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에 이 고문을 내보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고문 출마에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이 고문이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명분이 부족할 뿐더러, 대선 후보의 지역구 출마는 체급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5월 5일 “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 달밖에 안 지난 시점이어서 등판 시기가 너무 빠르다”며 “대선 패배에 대해서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의 민주당 의원도 “정치적 체급이 안 맞아 이 고문으로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문 측 내부에서도 우려가 감지된다. 정권 초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인 만큼 야당에 불리할 수 있는데, 자칫 이 고문이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고문 출마를 두고 ‘방탄용 금배지’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공세를 펴고 있다. 이 고문을 향한 수사를 피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5월 2일 이 고문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5월 4일 이 고문의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하는 건 수사기관에서 계속 (압수수색을) 치고 들어오니,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는 시도 아니겠느냐”며 “이 고문 성격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그를 사실상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나가게 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전통 강세 지역이다. 수사 대비를 위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의 흥망이 이 고문과 계속 연관되는 상황 속에서 본인뿐 아니라 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긴다면 굳건한 입지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고문 출마 소식이 알려지던 날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사실상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경기 분당갑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안 위원장은 “분당갑뿐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것”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켜 경기도가 발전하고 정부와 협조가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5월 초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안 위원장에게 경기 분당갑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위원장 경기 분당 출마설은 꾸준히 거론됐다. 분당은 안 위원장이 창업한 안랩이 위치해 있어 그의 또 다른 연고지로 꼽히기도 한다. 보수세가 강한 곳이란 점도 안 위원장에겐 유리한 부분이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21대 총선에서 이곳에 깃발을 꽂았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 올랐을 당시 “인수위가 끝나면 국회로 돌아가겠다”며 총리직 고사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때부터 정가에선 안 위원장이 여의도로 돌아와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당 지지 기반이 약한 안 위원장이 입지를 다진 후 차기를 노릴 것이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당권을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 그에게 정치적 명운이 달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리스크도 크다. 낙선한다면 차기는커녕 당권 역시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대 대선에 나섰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후 인수위원장을 맡았지만 인적 지분 확보 실패로 ‘허울뿐인 공동정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안 위원장의 분당갑 등판이 그에게 또 다른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수민 평론가는 “분당갑은 전통적인 보수 지역으로, 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하면 당연히 승산이 높다. 다만 국민의힘 당적으로는 (대권 경쟁이) 쉬어 보이진 않는다. 체육대회로 비유하면 과거에는 부전승으로 쉽게 올라간 다음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주저앉았다면 이젠 죽음의 조에 들어가는 셈이다. 대권주자로 안 후보와 경쟁하는 주자들이 많은 상황이라 활로가 막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