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어용’ 칭해, 정경심 취재 종용 발언도…정언계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 한 측 “이미 무혐의 처분”
일요신문은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던 채널A 백 아무개 기자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가 담긴 검찰 수사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문서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020년 6월 5일 작성한 것으로, 총 12쪽 분량이다. 주요 내용은 한 후보자가 누군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사진이다. 여기엔 ‘이성윤 어용팀’ ‘김건희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공작 발언’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MBC는 2020년 3월 채널A 이 아무개 전 기자가 당시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 인사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 지인인 지 아무개 씨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의 친분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년 4월 채널A 기자들과 한 후보자가 공모해 이 전 대표를 상대로 당시 여권 유력 인사와 관련한 비리 폭로를 강요했다고 보고 협박 및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채널A 이 아무개 전 기자, 백 아무개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2020년 8월 재판에 넘겼다. 둘은 2021년 7월 1심에서 ‘취재원 강요 미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에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4월 6일 검찰은 한 후보자에 대한 강요 미수 사건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한 후보자 휴대전화를 2020년 6월 확보했음에도 불구, 한 후보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실패했다. 검찰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잠금 해제 시도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한 후보자가 특정 언론사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며 취재를 종용한 검언유착 정황과 검찰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발언들이 추가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0년 6월 5일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한동훈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사진(대화 상대방 불분명)’ 외 5건이 명시돼 있다. 분량은 12쪽으로, 백 기자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나온 자료들이다. 수사보고서에 기록된 카카오톡 캡처 사진은 ‘한동훈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중앙지검’ ‘한동훈 검사장’ 등으로 저장됐다.
수사보고서에는 한 후보자가 특정 취재진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취재를 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 포착됐다. 검찰이 포렌식한 2020년 2월 3일 캡처본에는 “그보다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해 뭐라도 변명을 해야 하지 않나요? 이미 한 공개적인 거짓말들을 한번 짚어보시죠. 그거 하나하나에 대해 지금은 입장이 바뀐 거 같던데 그 이유를 자기들이 설명하는 게 도리죠. 거짓말을 밝혀내면 논두렁인가요? 지금 자기들 공판 입장으로도 거짓말을 인정하는 거 같은데요. 그걸 지금 다시 물으세요. 그냥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되지요. 국민을 우롱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드리세요”라는 발언이 담겼다.
이는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이 캡처된 하루 전 날인 2020년 2월 2일 김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설마 했는데 과거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공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많았는데도 언론은 검찰이 제시한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강남 건물 소유 목표’ 문자를 집중 부각해 보도했다. 검찰과 일부 언론은 정 교수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망신을 주는 데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9년 SBS가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억 원 상당의 명품 피아제 손목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해 불거진 사건이다. 2017년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근이었던 한 간부가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피아제 시계 수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 주기’ 선에서 활용하라고 지시한 점을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엔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씨 관련 보도를 염두에 둔 듯한 내용도 발견됐다. 뉴스타파는 2020년 2월 17일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기사를 통해 권 회장과 김 씨가 1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수상한 금전 거래 관계를 지속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2013년 경찰의 내사를 받았지만 금융감독원 비협조로 경찰 내사가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못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당일 한 후보자는 “기소도 아니고 송치도 안된 10년된 내사기록이 원본으로 유출? 공작치곤 수준이ㅎㅎ”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만 표출로 추정되는 메시지도 있다. 2020년 2월 6일 한 후보자가 보낸 카카오톡에는 “최강욱 기소도 추 장관 온 이후, 그때는 왜 줬나요. 자기가 준 건데. 감찰 무마 사건. 조국 기소 후 공범인 백(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추정), 박(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추정) 기소 전에 조국 공소장 공개함. 모두 추 장관 취임 후”라고 했다.
이 메시지는 하루 전날인 2월 5일 법무부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당시 추 전 장관은 이 의혹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장에 대한 국회 제출을 거부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태였다. 최강욱 조국 등 다른 사건 공소장은 다 공개해놓고 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국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담긴 메시지였다.
또 한 후보자는 2020년 2월 11일 “이 얘긴 결국, 신봉수 수사팀을 배제하고 이성윤 어용팀에게 기소여부를 맡기겠단 얘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보낸 당일 추 전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나누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언급한 ‘신봉수’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다. 그는 2019년 말부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2020년 1월 23일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발령됐다.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기소 반대’ 의견을 밝혔고, 당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윤 후보자 기소 지시를 3차례 거절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나누겠다고 하자, 한 후보자는 이성윤 지검장을 ‘어용팀’으로 비판하면서 수사를 이끌었던 신봉수 평택지청장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 및 언론계에서는 이런 메시지들에 대해 정치적 중립 위반 및 검언유착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 고위직이었던 한 후보자와 기자와의 관계는 사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 후보자와 기자가 만났을 때는 이미 공적인 관계다. ‘이성윤 어용팀’과 같은 발언이나, 뉴스타파 김건희 씨 보도 자체를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검찰 고위관계자가 그러한 내용을 스스럼없이 기자에게 얘기하고 취재에 영향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건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 역시 “특수부 검사들이 가끔 수사를 할 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인들과 얘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 후보자의 경우에는 평균 수준을 좀 많이 지나쳤다”고 주장했다. 현직에 있는 한 법조인은 한 후보자 메시지에 대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다”며 “본인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발언이라면, 수사의 중립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 판단이 되고 따라 문제의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저 이야기가 직무상 한 발언인지 등 여러 측면에서 말한 상황 등을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 수사보고서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제공한 자료로 맥락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후보자 입장을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후보자는 최근 채널A 사건 관련하여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