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 “수증기 같은 것” vs 환경단체 “질소산화물 배출, 다른 오염물질은 공개도 안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거지역에 있는 당인리발전소는 193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로 시작했다. 중유 발전을 거쳐 2017년 기존 발전소를 폐쇄 후 새롭게 가스발전소를 건설해 2019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400MW(메가와트) 2기, 총 800MW의 설비를 가지고 있다.
당인리발전소의 발전사인 한국중부발전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흰 연기가 인체에 무해하며 사람의 입김과 같은 수증기라고 설명해왔다. 또 당인리발전소가 2019년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 바뀌면서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라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흰 연기는 수증기가 아니며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어 주민 건강과 환경에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난 4일 당인리발전소 앞에서 공해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오염물질 저감 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관련 정보가 주변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측은 화석연료 발전은 친환경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당인리발전소는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을 200t 가까이 배출하는 발전소”라며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초미세먼지나 오존으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2020년 당인리발전소는 222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는 서울의 주요 쓰레기 소각장 3곳의 배출량(약 150~160t)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배출될 때 나오는 것으로 주요 대기오염물질로 분류돼 있다.
감사원이 2020년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 실태에 따르면 LNG발전소는 가동 초기에 불완전 연소로 질소산화물을 많이 발생시킨다. LNG발전소는 전력피크 시에만 가동되는 특성상 가동과 중지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 배출량이 많은 가동 초기 단계가 반복돼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대기질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진형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가끔 한국중부발전에 전화해서 미세먼지 심한 날인데 왜 가동을 계속하는지 물으면 수증기라며 걱정 말라는 답변이 일관성 있게 돌아온다”며 “질소산화물을 222t 배출했다고 공개됐는데 수증기라고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인리발전소 인근에 사는 A 씨는 “발전소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거면 발전소나 정부에서 규제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에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니까 찜찜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LNG 자체도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LNG는 생산‧운반 등을 하는 과정에서 누출되는 메탄의 양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현재 가스관 등 시설이 노후화된 곳도 많아서 그 주변에서 누출되는 메탄 양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당인리발전소 주변의 메탄 농도가 최고 1만 5000ppb로 대기 중 평균값(2000ppb)을 7배나 초과했다는 측정 결과도 나왔다. 홍상표 청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LNG가 석유나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이 적게 배출되긴 하지만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완전히 친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허용 기준 마련과 배출량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가스발전소의 경우 질소산화물만 굴뚝자동측정기기로 측정한다. 하지만 가스발전소 재가동 시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일산화탄소나 총탄화수소 등이 배출된다. 이런 유해물질들의 배출량 공개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물질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굴뚝자동측정기기 측정 결과를 공개하는 홈페이지에서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를 검색해봤더니 질소산화물에 대한 정보는 있었지만 이외 다른 물질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환경부에 질소산화물의 데이터만 공개되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LNG발전소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만 관리하고 있다”며 “배출량이 적은 황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등은 관리 대상 물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인리발전소의 공해문제에 대해 마포구에서는 환경부 관할이라며 환경부에 문의하라며 회피했다. 그러나 환경부도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별도 환경 기준을 위반하지 않아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며 “발전소 측에서 피해와 관련해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물질이나 발전소 가동 시간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진형 위원장은 “주민들이 창문이라도 닫아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동 시간이나 배출물질, 배출량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수증기라고 알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질소산화물이 배출되고 있다고 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가스발전소도 석탄화력발전소처럼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단축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규리 연구원은 “일산화탄소나 총탄화수소 등의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언제 가동이 되고 있는지 등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우리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당인리발전소의 주민 건강 피해와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관리해야 한다”며 “서울시 차원에서는 LNG발전소보다 태양광 발전소를 늘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 굴뚝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주성분은 공기 성분인 질소와 산소이며, 발전연료인 천연가스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및 미량의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되고 있다”며 흰 연기가 수증기라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발전본부는 최적방지시설인 탈질설비(SCR)를 운영함으로써 환경부 허가배출기준(20ppm)의 1/4 수준인 5ppm 정도로 배출하고 있다”며 “인근 지역주민이 배출농도 및 발전소 운영현황 등을 확인하기 쉽도록 추가 환경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분기별 정기회의를 통해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