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발송된 인생 고로케 SNS서 화제…주인 고베규 알리려는 노력으로 적자 불구 판매
하야시노 씨(@hayasino)가 고로케를 주문한 것은 2013년 9월. 다카사고시에 있는 정육점 ‘아사히야’의 고로케였다. 이 가게는 1926년에 창업한 노포로, 하루에 딱 200개만 ‘극상의 소고기 고로케’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고기 중 최고급 등급인 ‘A5 고베규’를 사용하고, 인근 농가에서 수확한 ‘레드안데스’라는 당도 높은 감자를 쓴다.
하야시노 씨에 의하면 “예약 주문할 당시 7년 반 대기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이제 6년 후면 도착! 기대된다” “5년 남았다” 등 매년 트위터에 염원의 고로케를 기다리는 글을 남겼다. 2019년에는 “2013년 9월 주문한 고로케가 곧 도착한다”며 “고로케를 기다리는 동안 도쿄로 상경하고 이사를 두 번, 또 결혼을 했다. 이건 그냥 고로케가 아니라 내 인생”이라는 글로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곧 도착할 줄 알았는데 “감자 흉작으로 발송이 지연된다”는 안내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주문일로부터 약 104개월이 지난 2022년 4월 말. “드디어 9년 전 주문한 나의 고로케가 도착했다”는 기쁨의 글이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도착일은 하야시노 씨의 결혼기념일이었다고 한다. 이 게시물은 20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으며, “영화화 불가피” “이것은 기적” “내 일처럼 기쁘다” 등 축하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궁금한 것은 고로케의 맛이다. 하야시노 씨는 “과장 없이 인생에서 먹어본 고로케 중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같이 시식한 이들도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는 것. “내용물이 꽉 차있고, 특히 소고기가 큼직한데 부드러워서 씹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크림고로케를 먹는 것처럼 농후하고 깊은 맛”이라는 평가다.
한편, 아사히야 홈페이지에는 ‘고로케의 예약 대기기간이 늘어났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놀랍게도 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가게 측에 따르면 “극상의 고로케는 주문 폭주로 2016년 기준 13~14년 대기기간이 발생해 신규주문을 중단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판매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예약판매를 재개, “2022년 5월 1일 기준 약 30년을 대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료를 엄선하고, 적자를 각오하며 만들기 때문에 하루 200개 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다. 가령 고기는 A5 등급 3세 암소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씩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어 하룻밤 재운 뒤 빵가루를 묻힌다. 이렇게 만든 상품은 기름에 튀기기 전 냉동 상태로 발송된다. 고로케 가격은 개당 540엔(약 5400원). 아사히야 점주 닛타 시게루 씨에 의하면 “고기 재료비만 600엔 정도가 든다”고 한다. 당연히 200개를 팔아도 적자다.
그런데도 계속 판매하는 것은 고베규를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맛봐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닛타 씨는 “고급 스키야키나 구이용에 비해 고로케는 가격이 저렴하므로 누구라도 구하기 쉽다”면서 “맛을 체험하고 다른 상품주문으로 이어지면 고베규만의 ‘본연의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