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추락 등 실적 부진이 발목…현대차그룹 부품 내재화도 변수
한온시스템은 실적 부진에 대해 “알루미늄 등 현물가격 급등으로 비용 요인이 500억 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감소의 배경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가격 협상 능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완성차 업체에 어느 정도 부담을 전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온시스템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 기업가치도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때 매각가가 최소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 측과 눈높이 차이로 난항을 겪었고, 현재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는 6조~7조 원 수준이다.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 매각이 아예 철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협상력 약화?
한온시스템의 협상력이 약해진 배경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열관리 시스템 내재화 추진이 꼽힌다. 최대 고객이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열관리 시스템은 내연기관에도 쓰이지만 전기차에서 훨씬 중요도가 높다. 열관리가 잘 돼야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의 평균 판매 단가는 내연기관차보다 4~5배 높고, 필요한 개수도 두 배가 넘는다. 훗날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인공지능(AI) 컴퓨팅 등을 위해서라도 열관리 시스템의 추가 발전이 필요하다.
열관리 시스템이 주목받으면서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가 상승했지만 완성차 입장에서는 내재화 욕구도 그만큼 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열관리 시스템 자체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2023년부터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양산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은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당장 한온시스템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협상 과정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재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자체 개발에 착수했고, 국내만 봐도 한때는 한온시스템의 경쟁자로 거론도 되지 않았던 두원공조와 같은 회사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온시스템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이익 감소가 매각 전 매출 부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작년부터 대규모 저가 수주에 나서 화제가 됐다”며 “사모펀드가 매각을 앞두고 매출 증대를 꾀했는데 하필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 구조가 완전히 깨진 것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매각 성사 관건은?
한온시스템은 한앤컴퍼니 성공의 상징으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를 인수했다. 당시까지 사모펀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거래였다. 총 인수 가격은 36억 달러(3조 9400억 원)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타이어그룹(현 한국앤컴퍼니그룹)이 1조 1000억 원을 부담했다. 또 한앤컴퍼니는 금융권 차입으로 1조 7000억 원을 마련했다. 자기자본은 1조 1000억 원만 들인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캐나다 마그나의 유압제어(FP&C) 사업부문을 1조 3600억 원에 인수해 ‘볼트온 전략’을 접목한 기업이다. 볼트온이란 사모펀드가 하나의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다른 연관 기업을 추가 인수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 기업은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인수합병(M&A)이 진행되지만 사모펀드는 투자자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므로 볼트온 전략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앤컴퍼니는 다수의 볼트온 전략을 실행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언제 팔든 결국에는 성공한 거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부 흠집은 남을 전망이다. 다수의 인수 후보자들과 매각 가격을 두고 큰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한앤컴퍼니가 과욕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온시스템 매각설은 2019년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급등하자 최적의 매각 시점을 잡기 위해 일정을 늦췄고,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가 올랐지만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부품 기업에 수조 원을 들인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 거래 성사가 더 힘들어졌다”며 “한온시스템이 좋은 부품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완성차업계와의 관계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인수 후보자가 글로벌 부품회사 정도로 제한적이다. 기대했던 몸값을 납득하는 인수자는 드물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건은 영업이익률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은 2020년 11월 ‘버추얼 인베스트 데이’를 통해 미래차 부품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2025년까지 영업이익률을 8%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목표 영업이익률은 5%였으나 1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4~5%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4%대 영업이익률 달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온시스템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