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 급등…LG·SK 등이 인수후보 거론
시가총액 10조 원 규모의 한온시스템이 국내 기업 인수합병 최고가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사진=한온시스템 홈페이지
#한라그룹→비스테온→사모펀드…굴곡의 역사
한라공조는 현대가 방계인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자동차가 50 대 50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1996년 기업공개(IPO·상장)로 양사의 지분율은 각각 35%가 된다. 포드 계열 부품사인 비스테온은 1999년 초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진 한라그룹에서 만도기계가 가졌던 지분 34.99%를 약 99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비스테온은 2000년 3월 포드의 보유분까지 1219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비스테온은 포드그룹에서 분리된다.
비스테온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후 보유 계열사를 하나둘씩 넘긴다. 그 결과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외형이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업체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하지만 수익성은 계속 하락한다. 2000년 14%였던 영업이익률은 주력 납품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급성장에도 2013년 7%로 반토막이 난다. 비스테온은 동시에 공격적인 배당정책으로도 현금을 챙겨갔다.
#사모펀드 인수 이후 수익성 추가 하락
2014년 말 비스테온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그룹 컨소시엄에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을 50%와 20%로 나눠 매각한다. 주당 5만 2000원, 가격은 총 36억 달러(3조 9400억 원)다. 2013년 세전이익의 10배 수준의 기업가치다. 비스테온 입장에서는 2000억 원을 투자해 계열사 처분, 현금배당, 지분 매각으로 5조 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 출신 한상원 대표가 설립한 국내 사모펀드(PEF)다. 한온시스템 인수대금 2조 8000억 원 가운데 1조 7000억 원을 금융권 차입으로 마련했다. 한국타이어는 자기자금으로 1조 1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1주를 5주로 액면분할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한다. 매출 성장률은 둔화되고 영업이익률은 내리막을 걸어 지난해에는 1만 원을 밑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앤컴퍼니 등은 인수 이후 6년간 약 6300억 원의 배당을 챙긴다.
#행운의 전기차 테마, 기업가치 인정받을까?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다. 전기차 테마가 급부상하면서 수혜주로 지목된 한온시스템 주가도 급등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공조시스템은 저수익 아이템이지만, 열 관리 기술이 핵심 기술인 전기차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가가 58% 넘게 급등한 덕분에 현재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약 9조 7400억 원에 달하고,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그룹 보유 지분 가치는 6조 82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비스테온으로부터 매입할 당시 기준이었던 세전순이익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실적이 악화된 지난해 기준 1조 5000억 원, 성적이 괜찮았던 2019년 기준으로 해도 4조 5000억 원 남짓이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보유지분 가치로 따지면 지난해 1조 500억 원, 2019년 3조 1500억 원이 된다.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전기차 테마주 부상 효과가 아니었다면 매입한 가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도자를 위한 거래…누가 응할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인 LG그룹과 SK그룹 등이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주가급등으로 몸값이 올라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규모다. 이 때문에 매각주간사인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로 인수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기술과 부품이 필요한 폴크스바겐이나 GM 등 자동차 업체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는 금융자본 등이다. 다만 한앤컴퍼니를 설립한 한상원 대표가 모건스탠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M&A 거래에서 주간사 수수료는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매수자보다는 매도자와 이익이 일치한다.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데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한온시스템의 매출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과 인수자의 관계도 중요하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곳에서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려 한다면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