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구도상 조현준 체제 변화 현실적으로 어려워…효성 “주가 방어 차원인 듯”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난 5월 9~12일 효성화학 주식 2225주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21만 6000~21만 8000원 수준으로 총 4억 8069원이 투입됐다.
올해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은 계속돼왔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난 5월 6~13일 효성티앤씨 주식 1475주를 5억 8361만 원에 매입했다. 지난 4월에는 효성티앤씨 주식 4230주(5월 18일 종가 기준 15억 6721만 원 규모), ㈜효성 주식 1만 3800주(11억 2608만 원)를 각각 사들였다. 또 지난 2월에는 효성티앤씨 3100주(11억 4855만 원), ㈜효성 1만 7960주(14억 8349만 원), 효성첨단소재 280주 등(1억 2712만 원)을 매수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매입한 금액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십수억 원 규모다. 이들 주식은 최근 52주 최고가 대비 급락했다는 공통점(㈜효성 12만 원대→8만 원대, 효성티앤씨 96만 원대→36만 원대, 효성중공업 8만 원대→5만 원대)이 있다. 이 때문에 조석래 명예회장이 계열사 주가 하락기에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만 87세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이미 수년 전 사실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며 “다만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간 (주)효성의 지분 격차가 1%포인트 차이도 나지 않아 1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조석래 명예회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효성의 경우 조석래 명예회장의 매입세에 지분율이 유의미하게 변동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효성 지분은 2021년 12월 31일 기준 9.43%에서 지난 4월 20일 기준 9.58%로 0.15%포인트 증가했다. (주)효성의 최대주주 조현준 회장이 21.94%, 조현상 부회장이 21.42%로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조석래 명예회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현준 회장 체제에 이제 와서 변화가 일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 격차가 (주)효성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회사 주요 계열사로 확대해보면 둘 간 지분 격차가 꽤 난다. 자산 규모 4조 5264억 원의 효성티앤씨를 보면 조현준 회장 지분은 14.59%(지난해 12월 31일 기준)지만, 조현상 부회장 몫의 지분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효성그룹 모든 계열사에서 조현준 회장은 조현상 부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선 승계 구도가 새삼스레 틀어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화학적인 균열 조짐도 현재까지는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 그룹 내부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전략회의에서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동석해 회의를 진행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주가 방어 차원에서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특히 자신의 지분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지주사 지분도 매입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