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조치로 집에서 버드나무 잎 우린 물 마셔”…의료 인프라 붕괴, 선전과 민간요법으로 방역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운영 중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4월부터 5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열자가 224만 1610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는 65명이라고 덧붙였다. 복수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이 줄곧 유지해왔던 노마스크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정은은 5월 12일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선 북한 내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5월 1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덴탈 마스크로 추정되는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했다.
회의 발언 당시 마스크를 벗어 내려놓은 김정은은 “우리나라(북한)에서도 악성 전염병 전파가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월 16일 북한 방송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덴탈 마스크를 두 장 겹쳐 쓴 채 시찰에 나섰다. 북한 내부에 KF94 등 방역 마스크 물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방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월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여러 정황을 근거로 김정은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백신에 대한 북한 입장이 이전까지는 ‘별로 효과가 없고 맞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5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백신 접종이 코로나19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계기로 북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탈북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5월 19일경 중국 압록강 상류 지점에서 북한 주민 5명이 중국 쪽으로 넘어오다 3명이 붙잡히고 2명이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붙잡힌 3명 중 2명은 코로나19 확진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도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으로 인해 코로나19 여파가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이 강력한 봉쇄조치로 코로나19 방역을 이어가고 있는데, 외부에서 이동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유입된다면 그것 자체가 봉쇄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더구나 붙잡힌 북한 주민 3명 중 2명이 코로나19 확진자라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버드나무 잎을 우린 물을 마시면서 코로나19 봉쇄조치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봉쇄조치로 집에 머무르면서 버드나무 잎 우린 물을 마시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국가 의료 인프라 붕괴를 코앞에 두고 나온 고육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집에 격리가 돼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버드나무 잎 우린 물을 마시는 것과 특정 증상이 발생했을 때 병원을 찾는 것뿐”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라면서 “기절하거나 피를 토하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 증상이 나오면 이미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면서 “사실상 북한 내부 의료 인프라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일부 간부들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뒷수습을 김정은이 앞장서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품과 더불어 생필품을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리더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북한 당국이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북한 당국이 지급하고 있는 의약품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활동했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중국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상비약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뒤 이 약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에선 백신 접종률과 의료 시스템이 방역 중심이 돼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선전과 기괴한 민간요법이 방역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라면서 “현재 북한 의료 시스템이라면 전국민이 코로나19에 확진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불만은 관영 매체 보도와는 온도 차이가 있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복수의 북한 주민으로부터 들었던 불만 중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주민의 한마디를 소개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모든 인민이 그 하나를 위해 죽도록 충성했다. 그런데 그 하나는 전체를 위해 무엇을 안겨줬느냐. 나라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