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 윤희숙·김부선 등판 해프닝 속 지역밀착형 윤형선 낙점…골리앗 상대 선전 여부 주목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지역은 인천 계양을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이곳이 뜨거워진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정계 일선 복귀를 선언하면서부터다.
5월 7일 이 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을 전격 수용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언제나처럼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온전히 저를 던지겠다. 당의 모든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고문은 “민주당 상황과 지방선거 어려움 또한 대선 패배에 따른 저의 책임”이라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헛된 약속이 아닌 실천으로 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고문 출마를 두고 국민의힘은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고문 맞대결 상대로 누구를 내야 할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했다. 우선 ‘이재명 저격수’라 불렸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떠올랐다. 윤 전 의원은 5월 6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관련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나온다면 굉장히 상징성이 커지는 판이 된다”면서 “정당에서는 선당후사라는 원칙이 있다. 당에서 네가 필요하니 나가라고 그러면 나는 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의원이 인천 계양을 출마 의지를 표출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 고문이 출마 선언을 한 뒤로 윤 전 의원은 발언 수위를 높였다. 윤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회의원 배지 속으로 숨어야 살 수 있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이렇게 공세적으로 표현한 분은 한국 정치사 70년에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의원이 선당후사 원칙을 강조하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또 다른 카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고문과 불륜관계였다는 주장을 한 배우 김부선 씨였다. 경향신문은 5월 8일 국민의힘 고위관계자와 통화 내용을 인용해 “국민의힘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윤희숙 전 의원, 배우 김부선 씨,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 3명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 씨 이름이 거론된 것은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까지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윤석열 선대위에서 활동한 전직 국민의힘 당직자는 “자객공천을 염두에 두더라도 유권자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김부선 씨의 경우엔 계양을이 김포와 부천 사이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다. 아무리 자객공천이라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와 부천을 잇는 노선인 ‘김부선’을 염두에 둔 말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과거 새누리당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19대 총선 부산 사상구에 출마할 당시 무명의 신예였던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이재명 상임고문은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선거에 나오는 것인 만큼 국민의힘이 전략적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하나의 해프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선 차출론과 관련해 5월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김부선 씨 공천을 검토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뿐더러 그것은 이재명 후보의 명분 없는 출마 못지 않은 공천의 희화화”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또한 김부선 씨는 본인의 출마 등에 대해 당에 공식적인 경로로 문의하거나 소통한 바가 없으므로 김 씨에게도 실례되는 일”이라면서 “당 관계자들이 이런 흥미 위주 이야기들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전 의원 공천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홍 전 의원은 5월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 전 의원을 겨냥했다. 홍 전 의원은 “자신의 격을 착각하고 연고도 없는 인천에 나가려 한다”면서 “인천에 ‘자객공천’을 해주면 나간다는 공천 희화화”라고 했다.
인천 계양을 공천을 둘러싼 각종 해프닝이 불거진 가운데, 국민의힘은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던 인물을 공천했다. 바로 윤형선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이었다. 윤 위원장은 1961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인천 계양구 내과 대표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렇다 할 정치 커리어는 없지만 이미 두 차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경력이 있다. 윤 위원장은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해 모두 패했다. 그에게 두 번 연속 낙선의 아픔을 건넨 인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다.
인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들 사이에서 인천 계양을은 기피 1순위 지역구”라면서 “지금까지 펼쳐진 총선 중 인천 계양을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송영길 당시 인천 계양을 의원이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생긴 보궐선거에서 이상권 전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적이 있는데, 이때가 계양을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승리한 유일한 사례”라고 했다.
또 다른 인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계양을에서 윤형선 당협위원장은 꾸준히 활동을 해온 인물”이라면서 “이번 보궐선거 출마 자체가 그의 경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붙은 상대방이 진보진영 거물급 인사”라면서 “이번에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당 입장에선 윤형선 위원장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맞대결 상대가 이재명 고문인 데다 지역구 자체도 보수정당에 유리하지 않은 정치 지형을 띠고 있어 쉽지 않은 승부”라면서도 “다만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인사인 만큼 예상 외로 선전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의원이 패배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득표를 할 경우 이 고문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지더라도 본전인 게임이다. 박빙 승부로 최대한 상처는 입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5월 10일 국민의힘 6·1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 윤상현 의원은 ‘윤희숙 계양을 배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역 밀착형 후보가 좋냐, 중앙에서 내려온 후보가 좋냐 두 가지를 갖고 내부 검토를 통해 지역밀착형 후보가 좋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윤 전 의원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윤 전 의원을 모시려다 내부적인 전략적 검토 아래 지역밀착형 후보가 이 싸움에 훨씬 더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