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뛰고 튀지 않으며 꾸준…에너지·유머로 ‘라커룸 인싸’…‘헌신하는 자세’ 광고모델 잠재력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손흥민(29)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으로 수상한 골든부츠이긴 하지만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손흥민의 23골은 전부 필드골이었던 반면, 살라의 경우에는 23골 가운데 5골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한 골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페널티킥 없이 필드골로만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는 손흥민이 역대 10번째다.
동료 선수인 해리 케인이 영국인들에게 받고 있는 관심에 비하면 그동안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과연 득점왕을 계기로 손흥민에 대한 영국인들의 태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리고 동료 선수들과 축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손흥민은 어떤 선수일까.
손흥민은 그동안 많은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곤 했다. 이와 관련, 스포츠뉴스 웹사이트인 ‘퍼스트스포츠’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지만 한때 첼시에서 뛰었던 에덴 아자르와 같다고 언급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했음에도 가장 과소평가됐던 선수가 바로 아자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 이 정도 수준의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며, 경기력 면에서도 이미 유럽의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압박을 가하는 손흥민의 드리블 기술과 발놀림은 상대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라고 평했다.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아스널의 전설로 불리는 이안 라이트 역시 손흥민이 케인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면서 “손흥민의 볼터치는 과소평가돼 있다. 그가 공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를 보라. 허벅지를 보라. 정말 훌륭하다.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라고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2020년, 영국의 축구 전문 온라인 매체인 ‘더보이홋스퍼’는 ‘논쟁은 이제 끝났다. 손흥민은 진정한 월드클래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손흥민이 바르셀로나에서 뛰거나 브라질에서 태어났다면 실력에 대한 논쟁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한국인이고, 토트넘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늘 실력에 의문의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세계적인 선수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전문가들과 팬들은 여전히 있을 테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다. 이 한국의 마술사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손흥민이 이렇게 과소평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부 팬들은 나서지 않는 그의 겸손한 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축구 전문 사이트인 ‘풋볼365’는 “우리가 ‘소니’를 사랑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이유”라는 글에서 이런 점을 언급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많이 뛰어다니고, 결코 지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두 번째 이유로는 ‘이기적이지 않은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 훌륭한 개인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혼자 튀기보다는 전적으로 헌신적인 팀플레이어가 되길 자처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꾸준한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요컨대 이렇다 할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요즘처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쫓아다니는 극성스런 축구 매체들이 많은 시대에는 선수가 거리를 걷는 것에서부터 실제 무엇을 먹는 것까지 온통 뉴스거리가 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풋볼365’는 “섹스 파티에 참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어긴 선수로 손흥민이 언론에 오르내릴 거라고 생각하는 축구팬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손흥민의 축구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꼽았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완벽하게 공을 몰면서 돌파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쫓아갈 수 없으며, 마지막에는 결국 한두 번의 터치로 정확하게 슛을 날리는 완벽한 스트라이커라고 극찬했다.
미국의 스포츠 블로그인 ‘블리처리포트’는 손흥민을 가리켜 “근면하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매우 정교하게 조율된 축구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손흥민의 플레이에 과장된 면이 없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이를테면 무의미한 속임수도, 화려한 발놀림도, 관중들 앞에서 장난을 치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다만 당황하는 수비수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스텝 오버' 트릭만 이따금씩 사용할 뿐이다.
‘풋볼365’는 또한 축구팬들의 말을 빌려 손흥민이 토트넘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의리도 높이 평가했다. “손흥민은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자 이적을 하기 위해 안달이 난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매우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게 느껴진다”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 축구팬은 “손흥민은 정말이지 슈퍼스타다. 내 여섯 살짜리 아들도 ‘소니’를 좋아하고, 나도 그렇다. 그는 끝내주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끝내주게 똑똑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떤 팬은 “만약 손흥민이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얼마나 낭비였을까”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선수라는 데 대한 자부심을 마음껏 표현하는 팬들도 늘고 있다. 한 팬은 “우리가 처음 손흥민과 계약했을 때 웨스트햄의 한 팬은 놀리듯이 나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에는 너무 약하고 어중간하다.’ 나는 이 문자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은 미소를 짓는다”라며 흐뭇해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팬은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처럼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다면 아마도 가장 그리워하게 될 선수가 될 듯싶다. 사람들은 케인을 쳐다보지만 팀은 손흥민에게 더 의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전 토트넘 미드필더인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는 손흥민의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일부 사람들은 손흥민을 케인보다 팀에 훨씬 더 중요한 인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이미 토트넘의 핵심 선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물론 케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손흥민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손흥민의 스피드는 매우 위협적이며, 자신과 팀 동료들을 위해 경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득점까지 할 줄 안다. 나는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게 케인이 없을 때보다 더 큰 실수라고 믿는다. 손흥민은 케인이 없을 때도 정말 잘 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손흥민의 골 결정력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판 데르 파르트는 “나는 손흥민 스스로도 자신이 오른발인지 왼발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라며 극찬했다.
토트넘의 전 주장인 게리 매버트 역시 ‘블리처리포트’에 “손흥민 발끝에 공이 걸리는 순간, 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상대다. 손흥민은 양쪽 발이 다 강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라는 점을 흥미롭게 지적했다.
팀 동료들을 상대할 때는 물론이요, 팬 서비스까지 훌륭한 손흥민의 인성과 늘 미소짓는 표정에 대해서도 영국인들은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 한 팬은 “어떤 선수들은 득점을 한 후에 분노, 안도감, 열정을 발산한다. 그런데 손흥민은 득점을 할 때마다 기쁨과 행복을 발산한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팬은 “그는 어떤 팀에서든 원하는 타입의 선수다. 인간적인 면부터 경기장에서의 실력까지 단 하나의 결점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손흥민의 친화력에 대해 ‘애틀랜틱’은 “손흥민은 어떻게 수줍은 새내기에서 라커룸의 핵심 인물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러면서 “으레 다른 리그에서 이적해 오는 선수들은 새로운 문화와 경기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 토트넘에 도착했을 때는 수줍어하고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라커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됐다”고 썼다.
손흥민이 금세 팀에 적응하게 된 이유는 특유의 에너지와 동료들을 계속해서 웃게 만드는 유머감각 덕분이라고 평했다. 라커룸에서 흥에 겨울 때마다 추는 막춤과 스스럼없이 악수를 건네는 스타일도 그렇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손흥민은 팀의 모든 동료들이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
이와 관련, 토트넘에 몸담았을 당시 손흥민의 절친이었던 케빈 비머는 “손흥민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토트넘에 정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항상 행복하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도 좋게 만든다. 경기장에서는 진지하지만, 틈만 나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모두의 기분을 끌어 올린다. 손흥민과 함께 있으면 항상 웃을 일이 있다.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팀의 캐릭터로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전 미드필더이자 현 코치인 라이언 메이슨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FFT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들이 손흥민을 매우 좋아했다”고 말하면서 “손흥민은 늘 열심히 훈련했다. 선수들은 그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는 진정한 프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비록 한국과 아시아의 데이비드 베컴으로 불리지만, 그는 그럼에도 항상 겸손했다”라고 회상했다.
늘 미소를 짓고 있는 손흥민의 표정에 대해 BBC는 “손흥민은 상황이 안 좋을 때도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며 경기를 치른다. 이런 점 때문에 팀 동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토트넘 팬들 역시 그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82~1998년 토트넘에서 611경기에 출전했던 개리 배부트도 “손흥민은 사랑스러운 청년이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또한 “그는 항상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매우 겸손하고, 말도 잘하며,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 이 모든 게 한데 모여 환상적인 패키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겸손함도 손흥민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와 명성에 취한 채 자만하지 않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를테면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런던 북부의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점,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꼭 믹스트존에 들른다는 점 등이 그렇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손흥민은 확실히 인스타그램 체질은 아니다”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BBC 역시 손흥민의 업적과 겸손함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2019년 보도에서 BBC는 “그동안 유럽 리그에서 성공한 아시아 축구선수들은 많았지만, 손흥민과 같은 수준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물론 박지성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지만 올해의 선수상에는 근접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손흥민은 화려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나서서 말하지 않는다. 겸손하다”면서 “경기에서 이긴 후 가지는 인터뷰에서도 항상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렇다면 광고 모델로서의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샐포드대학의 스포츠 기업 교수인 사이먼 채드윅은 필드에서의 기량과 조용한 성격으로 볼 때 광고 모델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드윅은 CNN 인터뷰에서 “상업 광고 모델로서 손흥민의 모습은 많은 면에서 필드 위에서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즉, 무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처럼 돈벌이보다는 축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축구에 헌신하는 자세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동시에 상업적인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겸손한 스타일이 많은 면에서 동아시아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표본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타인을 존경하고 가족 중심적이며 부모님 말을 잘 따르는 태도, 그리고 결혼보다는 일을 우선시하는 태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채드윅은 이런 점에서 “손흥민은 오늘날 젊은 축구선수들의 모습과는 정반대다”라고 덧붙였다. 과장된 머리 스타일도, 문신도, 유명 연예인과의 스캔들도, 불미스런 사건사고도 없기 때문이다. 채드윅은 “이런 점들은 건전한 이미지와 메시지의 명확성이 필요한 브랜드의 이미지에 적합하다. 이는 마치 손흥민이 디즈니 영화의 보편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국가대표로서는 아직 2002년 월드컵에서 준결승에 오른 박지성의 영광은 재현하지 못했지만 축구 선수로서는 이미 박지성을 뛰어넘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실제 손흥민이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최고, 그리고 유럽의 정상급 선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영국 언론과 축구팬들의 시선은 커리어 후반부에 접어든 손흥민의 여정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