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도박·성매매 맹세코 없었다” 자신했지만 9개 혐의 전부 유죄…재기 가능성은?
26일 대법원(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승리와 검사측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의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했다. 승리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업무상 횡령 △식품위생법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수폭행교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알선, 성매매) 등 9개 혐의가 적용됐었다. 이번 상고심에서는 상습도박 혐의의 성립 여부를 다시 살펴 봐달라는 승리 측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따른 추징을 재심리해 달라는 검찰 측의 각 상고에 따라 재판부 역시 해당 혐의에 대해서만 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승리 측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승리)이 행한 속칭 '바카라'의 성질과 방법, 횟수,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도박의 습벽이 인정된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승리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호텔 카지노를 4번 방문해 22억 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도박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승리가 외국환거래 신고 없이 호텔 카지노에서 100만 달러 상당의 도박용 칩을 대여 받았는데 칩을 몰수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칩의 액수에 해당하는 돈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환으로 한화 10억 원을 넘는 액수의 금전 대차 거래를 할 경우 신고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추징 대상이 되는 외국환거래법에 의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이 외화 차용 행위로 취득한 도박용 카지노 칩은 카지노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외국환거래법상 몰수 및 추징 대상이 되는 대외 지급수단이 아니라고 보고 추징을 하지 않도록 판결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2018년 11월 말 '버닝썬 게이트'로 말미암았던 승리의 사건은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아이돌 그룹 출신의 사업가가 여성을 자신의 사업 투자를 위한 미끼 용도로 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승리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해외 VIP 투자자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성접대 여성을 제공했고 자신 역시 여성과 성매매를 즐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승리는 서울 강남의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클럽 '버닝썬'의 자금 5억 2800여 만 원을 횡령하는 한편, 직원들의 변호사비로 속여 유리홀딩스 회삿돈 2000여 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또 2015년 12월 말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자 동업자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알려 조폭을 동원해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던 성매매 알선 및 성매매 혐의와 관련, 재판으로 넘겨지기 전인 2019년 3월 경 승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투자자에게 적당히 허풍을 떨며 맞춰 준 것일 뿐인데 자신의 혐의로 굳어진 것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실제 승리에 의해 성접대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의 진술이 이어지며 그의 혐의는 사실로 드러났다.
승리가 성매매 알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2015년 12월 경 대만 여성 사업가의 접대를 놓고 유 전 대표 등 버닝썬 관계자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실질적인 접대를 맡은 버닝썬 관계자 김 아무개 씨가 "(사업가) 케어 잘 하겠다"고 하자 승리는 "응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고 물었다. 이에 김 씨는 "(여자를) 부르고 있는데 주겠나 싶다. (상대가) 니들이 아닌데 주겠냐. 일단 싼마이(저급, 싸구려) 부르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승리는 지난해 6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잘 노는 애들'의 오타가 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가 대중들의 더 큰 질타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성접대는 모두 유 전 대표가 맡아서 한 것이라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도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과 추징금 11억 5690만 원을 선고했다.
이어진 2심에서 승리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모르쇠와 '동업자 탓'으로 돌렸던 입장을 철회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2심은 승리에게 절반 가까이 감형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에 대해서는 도박용 카지노 칩이 외국환거래법상 추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별도의 추징금 선고는 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승리의 사건이 워낙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그의 출소 후 삶에 대한 갑론을박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논란 초기인 2019년 3월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힌 뒤 빅뱅에서도 탈퇴 수순을 밟았지만, 재판 기간 동안 그의 여동생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기의 탈출구를 열어놓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승리의 여동생은 지난 4월 20일 SNS를 통해 "오빠가 당신(팬)들을 그리워 한다. 만약 당신들이 그에게 말하고픈 게 있다면 내게 연락해 주길 바란다. 내가 당신들을 대신해 그에게 전해주겠다"고 글을 남겼다.
도저히 국내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사고를 친 연예인들은 해외 팬들을 향해 마케팅 방향을 선회해 왔다.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 의혹과 마약 혐의로 연예계에서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팬들을 기만해 팬들로부터 피소되는 전무후무한 일을 저질렀던 전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 여자친구 폭행 사건으로 진흙탕 싸움이 불거졌던 가수 김현중 등은 논란 후 국내가 아닌 일본과 동남아, 중국 팬들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빅뱅 역시 중화권과 해외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인 만큼 출소 후 승리도 연예계 은퇴를 번복하고 '선배'들의 족적을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됐던 주요 인물들 가운데 집단 성폭행과 불법촬영 혐의로 2년 6월형이 확정됐던 전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은 지난해 11월 8일 만기출소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은 징역 5년이 확정돼 2024년 3월까지 복역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국군교도소에 미결 수감 중인 승리는 이번 대법원 판결 확정에 따라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돼 민간 교도소로 이감, 2023년 2월까지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