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본회의까지 징계안 2건 올라, 제명은 0건…상설화 및 심사·처리 기간 구체화 등 방안 필요
“국회 윤리특위에 올라가도 빨리 조치는 안 될 거다. 수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윤리특위에 뭘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진표 위원장 국회의장 선거 때문에 (윤리특위) 회의가 미뤄졌다고 하는데, 선거 끝나면 또 다른 이유로 미루지 않겠느냐.”
취재진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박완주 성비위 사태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내 진행 사항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5월 17일 민주당 의원 24명은 박완주 의원 징계안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같은 날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의원에 대해 “제명 이후 의원직 박탈까지 정말 속전속결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리특위 회의 일정에 대해 국회의장 선거 이후(5월 24일)에 논의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날짜도 잡히지 않은 채, 차일피일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윤리특위는 비상설 국회 특별위원회로, 국회의원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한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징계안이 윤리특위에 상정되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윤리심사자문위)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들이 징계안을 심사한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경고, 사과, 출석정지, 제명이다. 징계 수위 의결 역시 윤리특위 몫이다. 징계안이 찬성으로 의결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만 그간 21대 국회 윤리특위의 ‘실적’을 살펴보았을 때 박완주 건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윤리특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부된 의원 징계안은 총 20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8명(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2건), 국민의힘 8명, 무소속 3명이 대상이다. 하지만 윤리특위 회의는 2020년 9월 15일, 2021년 11월 11일, 2022년 1월 27일, 2월 14일로 총 4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윤리특위 심사 단계로, 본회의까지 올라간 건은 현재까지 없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지난 2월 14일에 열린 윤리특위 회의는 오후 3시 36분에 개의됐으나 9분 후인 3시 45분에 산회했다. 당시 회의 안건으로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직 전 의원(5월 12일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당시 국회의원 신분) 등의 징계안이 올라간 상태였다. 이외에도 ‘공직자 이해충돌 의혹’이 일었던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건도 있었다.
윤리특위 일정을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더러 발견됐다. 지난 1월 27일 윤리특위 회의록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갑자기 어제 오후 늦게 오늘 오전에 회의를 하자고 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이어 추 의원은 “왜 윤미향 의원 제명 건을 처리하지 않느냐. 윤미향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회부된 게 100일이 넘었다. 하자 하자 그럴 때는 전혀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라고 했다.
이에 한병도 의원은 “윤미향 의원뿐만 아니라 이상직 의원 그리고 박덕흠 의원 문제도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김진표 위원장님께서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빨리 일정을 진행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하셔서 오늘 회의가 잡힌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날 회의도 오전 11시 3분에 개의해 11시 32분에 산회, 30분 만에 끝이 났다. 의원 징계안에 대한 비공개회의는 11시 21분에 시작해 고작 10분만 진행됐다.
과거부터 국회 윤리특위는 ‘식물위원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31년 동안 윤리특위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단 2건에 불과하다. 2011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과 2015년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은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윤리특위는 두 의원에게 각각 제명을 결정했다. 다만 강 전 의원은 본회의에서 ‘30일 국회 출입정지’에 그쳤고, 심 전 의원은 자진사퇴로 제명안이 폐기됐다. 사실상 최고 징계수위인 제명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역사가 단 한 차례도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회 윤리특위 실효성 강화 등을 위해 특위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잇따랐다. 윤리특위는 20대 국회 전반기(2018년 6월)까지는 상설특위로 존재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비상설특위로 바뀌었다. 상설특위 중 하나였던 국회 교육문화위원회가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되면서 윤리특위가 비상설 특위로 밀려난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1월 12일 “윤리 심사 강화를 위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윤리특위의 징계안 심사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안 177건 중 절반 이상인 97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징계안이 정치적 공세로 이용될 뿐이지, 윤리특위에 회부되면 서로 눈치를 보며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윤리특위에 회부된 후 징계안 처리 기한을 구체적으로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한 윤리심사위원회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윤리특위 위원은 위원장 1명과 여야 간사 각 1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위원(민주당 5, 국민의힘 6, 정의당 1)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현직 의원으로 구성돼 있어 동료 의원의 징계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윤리심사위는 윤리특위 자문기관이다.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국회 윤리특위 소속 한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제명까지 되기가 어렵다”며 “동료 의원을 징계하는 것도 솔직히 그렇고, 제명은 당으로서는 의석을 하나 잃는 건데 그게 쉽겠느냐”고 전했다. 앞서 이재근 국장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상설화시켜서 거기서 권고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이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