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제명 등 수습 나섰지만 추가 의혹에 곤혹…지방선거 출정 앞두고 잇단 악재 먹구름
대선 패배 후 침체됐던 민주당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검수완박 법안 통과 후 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더욱 가라앉았다.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고 당은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카드는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재보궐 선거 출격이었다. 이 고문은 조기 등판에 부정적이었지만 당의 거듭된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 고문의 출마 선언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그런데 5월 12일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완주 의원 성비위 혐의가 확인돼 제명을 했다는 발표였다. 충남 천안을에서 3선을 한 박 의원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신망이 두터운 중진급 의원이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섰다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패했던 박 의원은 향후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의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2차 가해 방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최고 징계 수준인 제명으로 의결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 의원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는 것으로 읽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은 최근 잇달아 성비위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에서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문, 그리고 이에 따른 2차 가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재명 고문 출마로 고무됐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12일 국회에서 “(박 의원 사건은) 지난해 말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라면서 “민주당을 대표해 피해자분과 그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를 두고도 정가 일각에선 ‘뒷북 수습’이란 말이 나온다. 실제 박 의원 사건의 경우 피해자 측이 올해 초부터 당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이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내놓고 있다.
박 의원 제명에 앞서 민주당은 최강욱 의원이 회의 도중 동료 의원을 향해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심판원이 조사하고 있다. 김원이 의원은 지역 사무실 전 보좌관의 동료 직원 성폭행 사건에서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성비위에 휩싸였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다.
추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협의회’(민보협)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 외에도 또 다른 제보가 많다면서 당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민보협은 5월 12일 입장문을 통해 “어쩌다 우리 당이 이 정도로 되었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고 또 실망이 크다”며 “오늘 박완주 의원 건에 대해 당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다른 성비위 건에 대해서도 당이 제대로 또 올바른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보협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입을 닫고 있었던 피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보하고 있다. 솔직히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절대 을이다. 그래서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조금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가 결국 정권까지 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가에선 일련의 성비위 사건이 이번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중도층 성향 유권자들이 성비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편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재선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대목은 젊은 여성들의 지지세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성비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