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당원 비롯 친명 지지자 “선거 앞두고 내부총질” 사퇴 촉구 앞장…‘고립’ 가능성 솔솔
박 위원장은 3월 13일 친문(친문재인)계 윤호중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 투톱을 형성했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26세에 불과한 박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준석 대항마’를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거대 야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 전략에 맞서 ‘이대녀(20대 여자)’ 카드를 꺼냈지만, 젠더 갈등 프레임은 내내 당의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선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박 위원장을 당 전면에 내세우자 “지방선거를 국민의힘에 내주자는 것”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박 위원장 위상은 한층 커졌다. 박지현 파워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는 비대위에서 뒤집은 송영길 서울시장 카드였다. 박 위원장은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불가’ 판정한 송영길 서울시장 카드를 비대위에서 밀어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비위 의혹에 휩싸인 86그룹(80년 학번·60년대 생) 박완주 의원에 대한 제명을 주도했다. 5월 24일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친문(친문재인)계 윤호중 위원장은 “논의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비대위 투톱은 이튿날, 고성과 설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펼쳤다.
“예상했던 것보다 결기가 있더라.(야권 한 인사)” 한림대 출신인 박 위원장은 학벌 논란에 휩싸이자 3월 26일 ‘시사인’ 유튜브에 출연 “SKY(서울·연세·고려대) 정치판은 완벽했냐”라며 맞받아쳤다. 이어 ‘부동산 정책실패 책임자 공천 금지’를 주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노영민 전 의원의 충북도지사 출마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대해선 “국민 관심사가 검찰이냐”라고 윤호중 위원장을 직격했다. 성희롱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최강욱 의원을 향해선 “비상 징계권을 발동하겠다”고 압박했다.
박 위원장 앞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요청으로 합류한 박 위원장은 친명(친이재명)계에 가깝다. 하지만 박지현 사퇴를 가장 강하게 촉구하는 집단은 다름 아닌 친명 지지자다.
박 위원장의 공론화로 민주당발 성비위 의혹이 여의도를 덮치자, 일명 ‘개딸(개혁의 딸)’들은 박지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개딸은 지난 3·9 대선 때 이재명 전 후보를 지지했던 2030 여성을 말한다. 대선 이후 약 14만여 명이 신규 당원으로 민주당에 입당했는데, 이중 4만여 명이 개딸로 추산된다.
이들이 8월 전당대회에 나서는 박 위원장의 ‘낙선운동’을 펼칠 것이란 말이 당 내부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박 위원장이 여성 당원 중 나 홀로 출마할 경우 ‘당연직 최고위원’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개딸들의 표적이 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2030세대 당원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높다. 최악 땐 박 위원장이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