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끌어내는 조건 “대북 적대 시 정책 철회”
정세현 전 장관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일관성 있게 협상으로 끌어내는 전략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기 중 전쟁이 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일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겁을 줘 도발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갔던 것이 확장억제"라며 "북한이 겁을 먹고 행동을 안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이 핵을 쓰거나 미사일을 남쪽에 향해 쏘거나 핵폭탄을 쓰면 거기에 맞대응을 하겠단 얘기인데 우리는 핵이 없지 않나"라며 "미사일을 쏘고 말고 하는 것은 결정권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이 탐지된 것과 관련해 “핵실험을 하는 폭탄의 크기가 소형화, 경량화 됐다는 작은 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핵폭탄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400km, 60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이 사정권 내에 들어가는 전술 유도탄에다가 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을 상대로 중·단거리는 남한(과 일본)을 상대로 쏜다고 볼 때 한미일이 아무리 긴밀하게 협력해도 내 것부터 막자고 나올 것 아닌가. 그러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 받았다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확장억제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또 “우리가 미국한테 뭐든지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 북한도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북한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만 중국한테 불리해지거나 러시아한테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할 때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 그게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대북 정책을 추진할 때 정말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미국 하고 손잡고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러시아를 설득해서 북한의 행동을 자제하도록 만들 수 있다라는 그런 꿈은 꾸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을 막가파라고 욕하면서 (그들을) 사전에 억제해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조건에 대해 “북한은 ‘회담 하고 싶으면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행동부터 중지하고 대북 적대 시 정책을 철회하라’라는 조건을 이미 제시했다”며 “북한이 미국과 핵 협상에 나오도록 만들려면 한미 연합훈련 규모 같은 것을 확실하게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재차 “윤석열 대통령이 CNN방송에서 ‘굴종의 시대는 지났다’고 했는데 북한을 달래서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굴종이라고 한다면 그건 참 생각이 짧다”며 “북핵 문제는 압박으로는 절대 해결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