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검출 등 인체 위해성 여전한데…공원 개방 서둘러도 문제없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며 새로운 풍경이 담긴 집무실 청사진을 보여줬다. 집무실은 기존 국방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마치 미국의 백악관 같은 형태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공원을 자유롭게 거닐며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청사진이 쉬이 실현될 것 같진 않다. 용산 미군기지는 지난 2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곳이기 때문이다. 오염 수치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기지 내부와 외곽의 일부 지역에서 1급 발암물질인 TPH, 벤젠 등이 기준치의 수십~수백 배 이상 검출되고 있다. 남영역 인근의 '캠프킴'에선 한국에서 잘 사용되지도 않는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왔다. 시민단체가 미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밝혀낸 84건의 유류 유출 사고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반환된 10%의 부지와 기지 외곽 지역만 환경 평가가 진행된 상태고, 나머지 90%는 아직 오염 수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반환이 예정된 부지만 미리 환경 평가를 할 수 있는데, 반환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아직 평가를 하지 못한 기지 안쪽은 오염이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의 김은희 대표는 "우린 아직 기지 내부의 오염 상태를 다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환경평가와 정화까지 최소 7년이 소요된다고 추산한다. 대통령 임기를 훌쩍 넘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정부가 스포츠필드 등 일부 부지를 시범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졸속 개방이라는 비판이 일자 하루 만에 철회한 것처럼 정부는 공원 조성을 최대한 빨리 해버릴 기세다. 공원 내 체류 시간을 2~3시간 정도로 제한해서라도 말이다. 80만 평에 달하는 이 땅은 우리에게 온전한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조승연 PD mcsy36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