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40%로 묶여 대출 한도 제약…만기 연장 ‘우회로’ 마련했지만 금리가 변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출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집이 필요한 이들이 돈 구하기 수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당선 후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규제 완화 부담이 커졌다. 가계부채 팽창을 초래, 부실 위험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은 80%까지 높였지만 40~50%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소득의 40~50%를 넘지는 못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2021년 말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8250만 원으로 2016년 말(5억 9828만 원)에 비해 80.9%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 7414만 원으로 5년 전(3억 9860만 원)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LTV 80%로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면 서울은 8억 6000만 원, 수도권은 6억 2000만 원 정도가 한도다.
보금자리론 대상(2자녀 이하)이 아닌 연소득 1억 원인 가구를 예를 들어 보자. 연 4%로 만기 35년짜리 대출을 받는다면 1억 원당 원리금 상환액은 약 680만 원이다. DSR 40%면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4000만 원을 넘길 수 없다. 즉 5억 9000만 원 이상 대출이 어려운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 모두 LTV 80% 한도에 못 미친다. 취·등록세 등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서울은 5억 원 이상, 수도권은 2억 원 이상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정부는 DSR 한도를 높이지 않고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우회로 두 가지를 마련했다. 만기를 늘리고 장래의 소득을 반영하는 방법이다. 만기를 늘리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대출한도가 높아진다. 위의 사례에서 만기를 40년으로 늘려보자. 연간 1억 원당 원리금상환액은 645만 원으로 줄어 대출한도는 6억 2000만 원으로 5%가량 커진다. 8월에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금리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말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3.9%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로 실제 은행대출 금리는 이보다 높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5월말 기준 변동형이 연 3.55~5.25%, 고정형이 연 4.11~6.39% 수준(5월 26일 기준)까지 올랐다. DSR을 적용하면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부담이 늘어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대출만기를 늘리면 은행에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주담대는 원금도 일부 갚는 비거치식 대출이기 때문이다. 만기를 늘리면 원금이 적게 줄어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위의 사례에서 35년 만기로 1년을 빌리면 5년간 이자 납입액이 1859만 원이지만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1877만 원이다. 18만 원 차이지만 수십조 원을 운용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익이다. 정부 규제 전 은행들이 원금분할상환보다 거치식 대출을 선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또 다른 접근은 DSR 계산 때 미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통계청 자료(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구주 연령별 가구소득(중앙값)은 20대 3068만 원, 30대 5738만 원, 40대 6510만 원, 50대 6365만 원, 60대 2963만 원이다. 연소득 3000만 원인 30세 차주가 20년 만기로 대출을 신청하면 50세일 때 소득이 6500만 원이라고 가정해 DSR 기준 연소득을 4740만 원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연소득 5700만 원인 40세 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빌리면 60세 이상일 때 미래소득을 반영해야 한다. 60세 이후 가구주 소득이 급감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도가 늘기는커녕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기를 짧게 설정하면 연간 원리금상환부담이 커져 DSR 한도 소진률이 높아진다.
미래소득 반영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미래소득 계산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미래소득 반영은 ‘유도’할 방침일 뿐 금융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내집 마련을 위한 대출 여건은 크게 나아지는 게 없지만, 현재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당장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기준 공시가격을 2022년이 아닌 2021년으로 적용하면서 공시가격 6억 9500만 원 주택 기준 50만 원 이상의 재산세 부담이 줄어든다. 여기에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00% 아래로 낮춰 과세기준액을 낮출 방침이다.
이 밖에 2030년까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비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도 손을 볼 계획이다.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세 및 취득세 중과배제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