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홍영표 등 친문 당권 주자들 일제히 몸 풀기…이재명 불출마 시 친문계 내부 교통정리가 변수
당장 친문계에선 문재인 정부 내각 순장조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홍영표 의원 등이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친문 구심점인 ‘부엉이모임’의 핵심 멤버였다. 이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Moon·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칭)을 지킨다는 의미로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파장이 일자 친문계 인사들은 부엉이모임의 해체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 복수 인사들은 여전히 부엉이모임의 위력이 크다고 전했다. 부엉이모임에 합류한 인사로는 이들 이외에도 박범계 박광온 윤건영 황희 의원과 노영민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있다. 이들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세 규합에 나설지가 변수다.
판은 만들어졌다. 친문계는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6월 2일 ‘명길(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반명’ 진지 구축에 나섰다. 전해철 의원은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홍영표 의원은 “대선 이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이재명 상임고문을 직격했다.
지난 대선 때 친문계 지원을 받은 이낙연 전 대표도 ‘졌잘싸 프레임’에 대해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동근 의원은 당의 서울시장과 인천 계양을 공천에 대해 “송영길과 이재명의 품앗이”라며 명길 책임론에 가세했다. 당 내부에선 “친문계가 총궐기한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왔다. 친문계 일부는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 지점의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책임론’의 종착지다. 예상보다 후폭풍이 거셀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도 있다. 2016년 총선 직전 발발한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의 데자뷔에 근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제22대 총선까지 2년여 남았지만, 야권발 정계개편의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문계가 원하는 최상 시나리오는 책임론에 휩싸인 ‘이재명 당권 불출마’다. 진보진영의 대권잠룡 1순위인 이 상임고문이 사실상 당권 레이스에서 이탈한다면, 민주당 차기 당권은 친문계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당 복수 인사들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했지만, 친문계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방선거 막판, ‘86 용퇴’를 들고 나온 친명계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기세를 누르면서 사실상 당권 투쟁의 전초전에서 승리한 점이 친문계 내부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변수는 친문계 내부 교통정리다. 친문계 인사들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비문(비문재인)계가 어부지리로 차기 당권을 꿰찰 수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6월 정국 내내 펼쳐질 물밑 기싸움이 8월 당권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