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개인전으로 돌아와…“친절한 가이드보다는 작품 자체를 느끼길”
류장복 작가가 공유하고자 하는 ‘실감’은 단순히 눈으로 본 게 아닌 그 장소, 그 순간의 시공간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 느낀다는 감각은 공기 중 빛의 느낌이 포함된다. 사진처럼 보는 게 아닌 공기 중 산란하는 빛, 대기 중 느낌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 같은 철학은 인상주의의 연장이지만 류장복 작가는 여기에 새로운 지평을 추구하고자 한다. 인상주의의 태도나 관점에서 출발해 동양 산수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여백과의 접점을 찾고자 한다. 류장복 작가의 신작을 보다 보면 데이비트 호크니의 신작들에서 느낄 수 있는 초록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류장복 작가는 그리는 과정에서 수고로움이 많이 드는 화법이다. 작품에 발린 물감의 물성과 질감에서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최근 가벼운 형태의 그림이나 극단적으로는 디지털로 가고 있는 트렌드와는 정반대다. 류 작가는 “이렇게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작품의 기법이나, 조형 원리, 작품을 보는 관점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기법 속에 작가의 세계관이 녹아 있고 관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가 어떤 기법을 선택하고 조형 원리를 추구했는지를 보면 작가가 어떻게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지 그 태도와 긴밀한 연결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류장복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아는 것 보다는 느끼는 게 먼저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최근 너무나 친절한 가이드나 수동적인 태도가 적극적인 감상을 방해하는 면모도 있다”며 그 점을 경계했다. 작가의 기억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을 관객도 되새김하면서 시공간에 반응하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류 작가는 최근 트렌드와 결을 달리하는 것을 두고 ‘흐름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관조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 나이에는 외부 흐름에 집중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얘기했다.
이계선 통인화랑 대표는 올해의 작가상 유력 수상자로 류장복 작가를 꼽기도 했다. 이 대표는 “통인화랑에서 전시한 작가 중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를 10명 배출했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다음 유력 작가상 후보로 류 작가를 꼽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