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날 지루해서 볼펜으로…공공 기물 파손 혐의 기소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옐친 센터’를 방문한 두 명의 관람객은 어딘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고 한다. 이들이 수상하게 여긴 작품은 1932년에서 1934년 사이에 그려진 안나 레포르스카야의 ‘세 인물(Three Figures)’. 원래 눈이 없어야 할 그림 속 인물에 버젓이 검은색 눈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황당하게도 얼굴에 눈을 그려 넣은 사람은 이곳에서 일하는 미술관 경비원이었다. 출근 첫날 지루한 나머지 볼펜을 이용해 낙서를 했던 것이다.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경비원이 되레 작품을 손상시켰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황당함을 넘어 충격을 받은 상태다.
전시 큐레이터인 안나 레셰키나는 “경비원의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멀쩡한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즉시 미술관에서 해고된 이 경비원은 현재 공공 기물 파손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는 벌금형과 함께 최고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술관 측은 볼펜으로 인한 그림의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볼펜 잉크가 페인트 층에 침투하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으며, 다행히 꾹꾹 눌러서 점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손상 정도가 염려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이 그림은 원래 소유처인 모스크바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옮겨진 상태로, 복원 작업에는 25만 루블(약 4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 작품의 현재 가치는 100만 달러(약 12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