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니스톱 ‘로열티’ 0.4% 떨쳐냈지만 미국 세븐일레븐에 0.6% 지급…영업권 관리도 변수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지난 1월 일본 이온그룹 소속 미니스톱으로부터 한국미니스톱의 주식 100%를 약 3134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지주는 계약 체결 후 롯데CVS에 매수인 지위와 계약에 대한 권리 의무를 양도했다. 롯데CVS는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롯데그룹의 편의점 사업자인 코리아세븐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품자 편의점 업계에선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이 편의점업계 1, 2위를 다투는 CU, GS25와 함께 ‘편의점 3강 구도’를 만든다는 예측도 나왔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업계 4위인 이마트24의 점포 수를 큰 격차로 앞서며 3강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시장은 2020년 매출액 기준 19조 9134억 원이다. 점유율을 보면 GS리테일(35%)과 CU(31%)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어 세븐일레븐(20.4%), 이마트24(8.2%), 한국미니스톱(5.4%) 순이다. 3위 세븐일레븐과 5위 미니스톱의 결합은 1·2위를 위협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미니스톱 점포 대부분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되면 (세븐일레븐이) 브랜드 구축에 힘을 쏟겠고 이를 장기적으로 보면 CU와 GS25를 단숨에 따라잡을 디딤돌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점포 수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통상 편의점 가맹 계약기간은 5년이다. 유통업계에선 올해 5년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시장에 나오는 편의점을 5000개 안팎으로 추산한다. 계약 만료된 한국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이 아닌 CU나 GS25, 이마트24로 간판을 바꿔 달 수 있다. 기존 세븐일레븐 점포가 그대로 코리아세븐 품에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븐일레븐과 한국미니스톱을 붙잡기 위한 코리아세븐의 인센티브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이 세븐일레븐과 한국미니스톱 통합 과정에서 기존 점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위로금 지급 등으로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한국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간판, 인테리어 변경 비용 등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남은 한국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탈을 막기 위해 가맹점 지원 금액을 늘린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히려 코리아세븐의 지출 부담 확대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로열티다.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 이후부터 세븐일레븐 상표 및 운영기술도입 계약에 따라 미국 법인인 ‘7-Eleven’에 순매출의 0.6%를 로열티로 내고 있다. 2020년 코리아세븐은 로열티로 무려 272억 8200만 원을 지불했다. 당시 영업손실액이 85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 로열티로 빠져나간 셈이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이 일본미니스톱과 맺고 있던 기술원조계약은 지난 3월 해지됐다. 이 계약은 미니스톱 상호 사용 및 일본미니스톱의 경영기법 전수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로열티는 매출액의 0.4% 수준이었다. 기술원조계약 해지로 일본미니스톱의 로열티를 떨쳐냈지만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면 미국 로열티를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한국미니스톱 매장은 총 2602개. 한 매장도 빠짐없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고 세븐일레븐과 동일한 로열티 계약을 적용하면 되레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바이더웨이와 합병 후유증도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코리아세븐은 2020년 편의점 브랜드 바이더웨이와 합병한 뒤 손익 면에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4조 2779억 원으로 전년(4조 684억 원) 대비 5.15%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억 원으로 85억 원 적자였던 전년과 비교하면 대폭 올랐다. 그러나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50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7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코리아세븐 측은 “바이더웨이 인수 과정에서 영업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약 469억 원의 손상차손(자산가치가 하락한 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성공했지만 영업외손실로 순손실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니스톱과) 브랜드 통합이 늦어질수록 영업권 손상차손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바이더웨이 인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대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선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 강자 롯데가 소매 프랜차이즈업을 업계 상위권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코리아세븐의 대주주인 롯데지주 즉 그룹 차원에서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