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보령 5위, 돌풍 기대 여수·새만금 최하위권…오유진의 순천만 선두, 서귀포 3지명 3승 눈길
2022 여자바둑리그가 초반 3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순천만국가정원과 서귀포 칠십리가 각각 3연승으로 1위와 2위에 자리했다. 2승 1패로 5할 승률을 넘긴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서울 부광약품이 3위와 4위. 당초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최정의 보령 머드는 5위로 처졌고, 개막 전부터 강력한 신예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기대되던 섬섬여수와 부안 새만금잼버리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권으로 처지고 말았다.
2022년 여자바둑리그의 초반 판도를 분석해봤다.
#엇갈리는 에이스들 행보
개막 전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자랭킹 1위 최정을 보유한 보령 머드와 지난해 우승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전력을 높이 봤다. 그 뒤를 서귀포 칠십리가 이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고, 마지막 한 자리를 최근 화제의 주인공 김은지를 보유한 섬섬여수, 그리고 신예 투톱을 1, 2지명으로 품에 안은 새만금잼버리가 다툴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3라운드를 치른 중간 결과는 예상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보령 머드의 2패다. 개막전에서 최정이 상대 4지명 김수진에게 패하는 바람에 1-2로 패한 보령은 2라운드에선 포항에 3-0으로 승리했지만 3라운드에서 다시 순천만국가정원에 패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최정을 보령 머드 1지명으로 영입한 문도원 감독은 수년째 한 가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최정을 받쳐줄 확실한 나머지 ‘1승 카드’를 찾는 것. 하지만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다정, 김경은, 박소율로 구성된 2~4지명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김은지를 1지명으로 픽업한 섬섬여수 이현욱 감독도 문도원 감독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섬섬여수는 서귀포, 삼척, 부광약품에 모두 1-2로 패했는데 세 경기 모두 김은지만 승리했을 뿐 팀 승리로 연결되는 나머지 1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현욱 감독은 “주장 김은지의 연승행진이 팀 승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팀의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17.8세로 8개 팀 중 가장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슬주, 김노경, 김상인 선수가 경험이 쌓이고 부담감만 극복한다면 곧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구조화가 완벽한 팀” “가장 무서운 팀”으로 주목받았던 새만금잼버리의 3연패는 전혀 예상 밖이다.
1지명 김효영, 2지명 김민서 등 10대들을 앞에 세우고 1지명 경험이 있는 김다영과 권주리를 3, 4지명으로 확보한 새만금잼버리는 완벽한 신구조화로 우승후보까지는 몰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한 팀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3라운드 현재 전형적인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팀 승리가 집중되지 못해 김효정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1, 2라운드에서 2연승을 거둔 김민서가 제몫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1지명 김효영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12일 열렸던 포스코케미칼 김선빈과의 대국은 부진의 절정이었다. 첫 승에 목마른 두 팀의 대결에서 김효영은 종료 일보직전까지 우세를 유지했지만, 마지막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해설자 백홍석 9단이 “상대가 승리를 당했다”고 했을 정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효정 감독은 4라운드에서 주장 김효영을 쉬게 하는 강수를 던졌다. 여자바둑리그에서 4라운드 만에 주장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윤영, 3지명 돌풍 돋보여
반면 전문가들로부터 ‘무난하다’는 평을 들었던 순천만국가정원은 3라운드에서 난적 보령 머드를 제압하면서 3연승, 선두로 뛰어올랐다.
‘안정감’이란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오유진이 앞에서 팀을 이끌고 2~4지명인 이영주(2승 1패), 이도현(2승), 박태희(1패)의 조화가 이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올해 처음 사령탑을 맡은 이상헌 감독은 “선수 선발에 굉장히 만족한다.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최소 2위 이상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지명 조승아와 2지명 이민진을 보호선수로 묶은 서귀포 칠십리는 선수선발에서 김윤영을 3지명 선수로 낚아 올리며 대박을 쳤다. 김윤영은 3지명으로는 유일하게 3승을 거두고 팀을 선두권에 진입시켰다.
2010년 여류기성전 우승 경력이 있는 김윤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단체 금메달, 최철한과 함께한 혼성페어에서 동메달을 땄던 강자. 하지만 2017년 캐나다인과 결혼하면서 국내 바둑계를 떠났고 올해 5시즌 만에 여자바둑리그에 복귀해 예전 기량을 발휘 중이다.
승부욕과 기량이 동료 조승아와 이민진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김윤영의 합류로 서귀포 칠십리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바둑리그 타이젬 감독인 안형준 5단은 “올해 여자바둑리그는 혼돈의 연속이다. 최정 9단의 최근 행보가 일정하지 못해 의외로 일격을 자주 당하고 있고, 여자 기사들의 특성 상 전력 외 돌발 변수가 많아 감독들이 힘들 것”이라면서 “입단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예들이 스튜디오 대국과 성적에 대한 부담에 적응한다면 리그 중반부터는 팀 간 편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2 여자바둑리그는 8개팀이 더블리그 14라운드(56경기 168대국)의 정규시즌을 벌여 상위 네 팀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단계의 포스트시즌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규리그의 매판 승자에게 130만 원, 패자에게 40만 원을 지급한다. 제한시간은 1국의 경우 각자 4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 2·3국은 제한시간 없이 40초 10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