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배’ 최정 등 태극낭자 5인 출격…각국 세대교체 후 첫 격돌, 신예들 주목
호반배는 기존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과 동일한 방식의 대회다. 한국·중국·일본의 여자기사 5명이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 국가대항전이다. 박진감 넘치는 농심배 방식을 여자바둑에도 도입해 인기를 이어나가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중일 여자바둑 최강 총집결
호반배 한국 대표는 여자랭킹 1위로 랭킹시드를 받은 최정 9단을 위시해 오유진 9단, 허서현 3단, 이슬주 초단이 예선 관문을 뚫었다. 여기에 김채영 7단이 와일드카드로 승선해 힘을 보탠다.
한국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중국도 철저한 선발전을 거쳐 최정예 5명을 내보낸다. 개막식에서 중국바둑협회 린렌차오 주석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은 이번 대회에 가장 뛰어난 여자 기사들을 준비했다”고 호언할 정도다. 중국은 최정의 오랜 라이벌 위즈잉 7단을 비롯해 최근 신예 투톱으로 각광받고 있는 저우홍위 6단, 우이밍 3단, 그리고 중견 강호 리허 5단, 루민취안 6단이 뒤를 받치는 조합이다. “중국이 구성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인 것 같다”는 평을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다.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일본은 셰이민 7단, 스즈키 아유미 7단, 후지사와 리나 5단, 우에노 아사미 4단, 나카무라 스미레 2단 등 자국 실력파 기사들이 총 출전한다.
대진 추첨 결과 본선 첫 경기는 중국과 일본의 대결로 결정됐다. 한국의 1번 주자는 첫 경기 승자와 본선 2국부터 출전한다. 22일 열리는 개막 경기는 중국 우이밍 3단과 일본 나카무라 스미레 2단이 대결하며, 개막 경기에서 승리한 기사가 한국의 이슬주 초단과 맞붙는다.
개막식에서 최정 9단은 “시드를 받은 입장이라 성적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대회는 패기 넘치는 신예 선수들과 저처럼 짬이 찬(웃음) 베테랑 선수들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거라 생각한다. 제가 한 판도 안 두고 우승하면 좋겠지만, 나온다 해도 한 판 정도만 이기면 한국이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입단 11개월 만에 호반배에 출전하게 된 이슬주 초단은 “가장 어리고 실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1번을 맡게 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첫 대국에 임하는 소감을 남겼다.
#각국 신예들 활약 여부 관심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과 중국이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흐름상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고 봤다. 여자 기사들의 특성 상 초반에 잘 풀리면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자칫 흐름이 꼬일 경우 뒤에 나오는 선수들이 부담을 안게 돼 3연패 정도는 순식간에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첫 승이 언제 나오느냐가 초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전력이 급상승한 일본도 실은 쉽게 볼 만한 상대는 아니다. 실제 얼마 전 끝난 2022 센코배 월드바둑 여류최강전에선 최정이 1회전에서 일본 셰이민에게 고배를 마셨다. 또 최정 다음이라던 위즈잉도 역시 일본의 우에노 아사미 4단에게 패하며 한국과 중국의 일인자들이 첫 판에서 동반탈락 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본 여자바둑계는 최근 사상 최연소로 여류 명인전 도전권을 따냈던 나카무라 스미레 2단(일본기원의 영재 특별 채용 시스템을 통해 2019년 입단, 13세)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자바둑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전체적으로 기량도 상승, 다크호스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봄직하다.
오유진 9단의 스승이면서 스미레 2단을 길러낸 한종진 9단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제기전이 온라인 대국으로 치러지고, 각자 국내 기전에 집중하면서 한중일 모두 큰 폭의 세대교체가 있었다. 이번 호반배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후 처음 갖는 한중일 삼국의 본격적인 격돌이다. 각국의 전력도 궁금하지만, 국제무대에 처음 선을 보이는 신예들이 기존 강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무척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2 호반배 세계여자바둑패왕전의 대회 총 규모는 3억 원이며 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3연승 시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고, 이후 1승 추가 시마다 20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60초 1회다.
각국 출전선수 명단
한국 : 최정 9단, 오유진 9단, 김채영 7단, 허서현 3단, 이슬주 초단
중국 : 위즈잉 7단, 저우홍위 6단, 루민취안 6단, 리허 5단, 우이밍 3단
일본 : 셰이민 7단, 스즈키 아유미 7단, 후지사와 리나 5단, 우에노 아사미 4단, 나카무라 스미레 2단
유경춘 객원기자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