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가정 수십 곳에 1100봉지 나눠줘…‘굳은 표정 SNS 감사 메시지’ 진위 논란
만약 이 소식이 만우절에 전해졌다면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아마 농담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프게도 농담이 아니다. 실제 벌어진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5월 초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 자선식량기금’이 치토스 과자 1100봉지를 러시아 툴라 지역 내 10개 자치구의 빈곤층과 소외계층 가정 수십 곳에 나눠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곧이어 해당 소셜미디어(SNS)에는 “자선을 베풀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700여 개 게시됐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치토스 봉지를 앞에 두고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올라왔다.
하지만 사진들을 보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과 달리 사진 속 가족들의 표정이 어딘가 침울해 보였기 때문이다. 감사는커녕 모두들 굳은 표정이었다.
이를 본 대다수의 러시아 뉴스 매체들은 감사 메시지가 진심인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메시지들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우리 가족은 맛있는 간식을 제공해준 러시아 자선식량기금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우리 가족을 보살펴 주신 모든 자원봉사자들과 운전기사분들에게도 감사 드린다.”
일반 대중들의 반응도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았다. 이나 바리노바라는 한 여성은 “그런 식량 지원을 자랑스럽게 보고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건 수치스러운 일이고, 조롱에 불과하다!!!”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하하하!!! 다른 사이트에서 이 뉴스를 봤는데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에, 알고 보니 사실이었네.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 시민은 “러시아처럼 식량을 지원하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장담한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