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이병헌·공유 출연 암시…무슨 게임? 고무줄·말뚝박기 등 물망에
6월 13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이 한마디에 콘텐츠 시장이 들썩였다. 주인공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버키스튜디오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미국 블룸버그도 “‘오징어 게임’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통해 예상치 못한 가입자 감소세를 회복하고자 한다”면서 높은 관심을 표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최근 가입자가 줄며 주춤하고 있는 OTT 시장을 비롯해, 콘텐츠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황동혁 감독 선언의 의미
황동혁 감독은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짧은 메시지를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줬다. “이제, 기훈이 돌아옵니다. 프론트맨이 돌아옵니다. 시즌2가 돌아옵니다”라고 밝힌 것은 넷플릭스 측과 연출 및 제작을 담당하는 황 감독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17일 공개된 뒤 첫 4주간 누적 시청 16억 5045만 시간을 기록했다. ‘종이의 집’ 시리즈를 넘어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1위다. 53일 동안 전 세계에서 ‘오늘의 톱10’ 정상도 지켰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 제작진과 출연진은 별다른 인센티브를 약속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밀히 말해 이는 당연한 상업 논리다. 자본을 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모든 지식재산권(IP)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인센티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
결국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협상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황 감독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자명하다. 과연 이를 넷플릭스가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황 감독의 시즌2 시작 메시지를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는 것은 양측이 협상 조건을 두고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의미”라며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역대 최고 성과를 내고 다음 시즌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황 감독 등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 메시지는 길지 않았지만, 시즌2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단서가 달렸다. 그가 언급한 ‘기훈’은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이자 시즌1에서 456명이 참여했던 게임의 우승자 캐릭터로 배우 이정재가 연기했다. ‘프론트맨’은 이 게임을 총괄하는 인물로 배우 이병헌의 몫이었다. 결국 두 배우가 시즌2의 주역으로 다시금 참여한다는 선언인 셈이다.
황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딱지를 든 양복남도 다시 돌아올지 모릅니다”라며 “영희의 남자친구 철수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딱지를 든 양복남’은 다름 아닌 배우 공유다. 극 중 캐릭터 이름조차 없었지만 ‘기훈’을 이 살육 게임 안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내로라하는 한류스타인 공유가 이 작은 역을 맡는 것만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그가 이 조직에 참여하게 된 전사(前史)를 궁금해 하는 이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시즌2에서는 황 감독이 이 캐릭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어떤 게임이 배치될까?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은 게임이다. 시즌1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구슬치기, 줄다리기, 뽑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통해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졌다. 황동혁 감독이 직접 다음 시즌의 게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영희의 남자친구 철수’라는 의미심장한 키워드를 던졌다. 영희는 시즌1의 첫 번째 게임이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한 거대 인형이다. 목을 180도 돌려 움직이는 이들을 확인 후 저격하는 무시무시한 모습은 “웰컴 투 오징어 게임”이라고 외치는 출발선이었다. ‘영희와 철수’는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단짝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영희의 친구 철수가 어떤 게임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티즌은 저마다 시즌2에 포함될 게임을 예측하고 있다. 시즌1에서 “한국 게임이 제일 재미있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또 다시 전통적인 한국 게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닭싸움, 비석치기, 말뚝박기, 술래잡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편을 갈라 게임을 할 수 있고 개인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되는 만큼, 전 세계인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세계 각지에서 초록색 트레이닝을 입고 관련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수 포착됐듯, 시즌2 공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황 감독은 말을 아끼고 있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됩니다”라고 운을 뗀 황 감독은 “지난해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되기까지는 단 12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라면서 “더욱 새로운 게임, 놀라운 이야기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라고 약속했을 뿐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