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사우디 자본으로 미켈슨 등 대거 영입 중…인권 문제 ‘스포츠 워싱’ 논란도
#새로운 투어의 탄생
사우디 국부펀드의 후원을 등에 업은 LIV 인비테이셔널은 약 2년 전부터 창설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리그를 공식 창설했고 2022시즌부터 막을 올려 지난 9일 밤(한국시간) 역사적인 첫 티샷을 날렸다.
이들이 표방하는 가치는 선수들의 복지 향상이다. 프로골퍼들에게 더 많은 상금을 안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 뚜껑을 연 대회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했다. 지난 13일 막을 내린 PGA투어 캐나다 오픈 총상금이 870만 달러(약 111억 원)였던 반면 LIV는 한 대회에서만 2500만 달러(약 320억 원)의 상금을 내건다.
2021년 9월 개막해 오는 8월 막을 내리는 2021-2022시즌 PGA투어는 50개 대회를 소화한다. 일부 대회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빡빡한 일정이다.
LIV는 2022년 단 8개 대회만 예정돼 있다. 향후 투어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10개 내외의 대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회의 라운드 수도 PGA의 4라운드보다 짧은 3라운드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돕고 여가시간까지 보장해준다는 의미다. PGA에서 LIV로 선회한 브라이슨 디셈보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말로 자신의 결정을 설명했다.
또 이들은 '엘리트주의'를 표방한다. 48명의 톱랭커들을 선별해 포뮬러1(F1) 방식으로 대회를 운영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 대회에서 컷오프가 없고 최하위도 적지 않은 상금을 가져간다.
#이어진 이적 러시
새로운 투어의 탄생에 선수들의 이동이 이어지고 있다. PGA 전설 '백상어' 그렉 노먼(1955년생)이 리그의 CEO로 나서며 '시니어들의 리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돈의 유혹'에도 PGA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는 LIV로 향한 동료들에 대해 "나이가 많아 다음 PGA투어 출전권을 장담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타이거 우즈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온 필 미켈슨을 비롯해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셈보, 패트릭 리드, 펫 페레스 등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역시 '재정적 여유와 시간'을 이적의 이유로 꼽았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밝혔듯 LIV의 강점은 재정적 우위다. 이들은 막대한 금액의 상금뿐 아니라 일부 스타 선수들에게 거액의 초청료를 제안하며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IV 합류를 결정한 디셈보에게는 1억 달러(약 1288억 원)라는 제안이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경우 초청료가 10억 달러(약 1조 2855억 원)였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기존 '메이저리그' 격인 PGA 측은 LIV의 성장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골프계 무게의 추가 기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IV 대회를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 이탈을 막고 있다. 하지만 LIV로 향하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PGA 탈퇴까지 불사하고 있다.
#'피 묻은 돈'을 향한 비판
LIV에 대해 '스포츠워싱'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LIV의 후원자 사우디가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규모 스포츠 행사로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사우디 내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를 이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언론인 피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LIV 이적을 결정한 선수들에게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는 대회에도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또 미국 내에서 특히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사우디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는 국가기 때문이다. 이에 LIV의 첫 대회는 미국 내 TV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해 페이스북 등으로 무료 중계됐다. 국내의 경우 다수 TV 골프 채널이 중계를 했는데, LIV 측이 중계권을 무료로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은 왕세자에 오른 이후 대규모 숙청을 주도하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고문 등을 자행하며 지탄을 받고 있다. 이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노력과 동반되고 있다. 사우디 내에서는 여성 인권 제고(운전·참정권 허용) 등으로 여론을 다스리고 대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사우디 국부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에 성공했다. 2020년 시도가 있었지만 영국 내에서도 사우디의 인권 문제 등을 문제 삼으며 인수가 무산됐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뉴캐슬은 사우디 왕가의 소유로 넘어갔다. 뉴캐슬은 단숨에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이 됐고 그 팬들은 사우디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미지 세탁' 논란이 여전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LIV 인비테이셔널의 출범, 이를 향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첫 대회가 막을 올렸다. PGA 투어 탈퇴 이후 LIV로 향하는 선수들의 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PGA투어가 지배해온 골프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공교롭게도 PGA에 남은 이들과 LIV로 옮긴 이들의 만남은 빠른 시일 내 성사됐다.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의 개막(16일 밤)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명예가 걸린 골프 대회인 US오픈은 PGA가 아닌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를 주관한다. 이들 또한 LIV 소속 선수들에 대한 경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회 명칭(오픈) 답게 모두에게 열어둔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LIV 소속 선수들의 참가를 결정했다. 골프계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2022년 US오픈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