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주주들 ‘클라우드’와 ‘빅풋’ 재합병 목소리…NHN 7월 중 입장 발표 주목
#클라우드와 게임 사업, 성장 모멘텀 된 까닭
NHN은 클라우드와 게임 사업 조직을 잇달아 재정비했다. 지난 4월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100% 자회사인 NHN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앞서 2월에는 게임 자회사 3곳(NHN빅풋, NHN픽셀큐브, NHN RPG)을 NHN빅풋으로 통합했다. NHN빅풋은 2014년 NHN의 모바일게임 사업부문 일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NHN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김해와 순천, 광주 등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클라우드 기업 크로센트를 인수하며 공공클라우드 전환 사업 시장 공세를 강화했다. 글로벌 사업자가 진입하기 힘든 공공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를 노리고 있다. 공공클라우드 사업을 위해선 정부의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받아야 하는데, 소스코드를 밝히고 물리적으로 망을 분리해야 하는 요건을 갖춰야 해 글로벌 기업에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까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클라우드 사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2020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4조 200억 원 정도로, 구글과 아마존 등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매출 2197억 원을 기록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KT클라우드(4560억 원), 네이버클라우드(3800억 원)의 뒤를 잇고 있다.
고스톱과 포커 등 모바일 웹보드 게임과 스포츠 예측 게임에 주력해온 NHN빅풋은 올해 3분기부터 7종의 신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비즈니스 확장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위메이드트리와 블록체인 사업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고, 최근 블록체인 등 분야에서 세 자릿수 대규모 채용 공고를 냈다.
게임 업계에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사고파는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진출이 한창이다. NHN빅풋은 웹보드 게임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클라우드와 게임 사업이 올해 NHN 이익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NHN이 웹보드 게임 규제 완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보고 있다. 게임머니의 월 구매 한도를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6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재가만 남은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5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고마진 웹보드게임의 수익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시기는 하반기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법인은 공공클라우드 전환 사업뿐 아니라 일본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사) 사업 확대가 더해지며 성장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는 선 그었지만 게임은 혹시?
그러나 NHN의 이 같은 전략은 주주들의 원성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 16일 20명가량의 주주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NHN 본사에서 정우진 대표, 안현식 최고재무책임자(CFO) 등과 주주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주주들은 무엇보다 NHN이 NHN클라우드와 NHN빅풋을 재합병하는 안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주주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8년간 투자를 했지만 회사가 잘 돼도 돌아오는 게 없다. 게임과 클라우드 사업이 긍정적이지만 물적분할로 인해 NHN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알짜 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다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도 빈번히 일어나면서, NHN클라우드와 NHN빅풋의 상장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크다.
이날 NHN은 NHN클라우드의 재합병은 무리라며 선을 그었고, NHN빅풋에 대한 재합병과 관련해서는 여지를 남겼다는 후문이다. 간담회 후 기자와 만난 주주는 “사측은 주주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 후 7월 중 공시하기로 했다”며 “NHN클라우드 재합병은 앞으로 많은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고, NHN빅풋의 경우는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요구사항의 핵심인 재합병안이 나올지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 정우진 대표는 지주회사 추진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재합병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 후 재합병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기존 법인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는 많다”며 “물적분할한 100% 자회사를 재합병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 외부에 발표해야 한다.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하면 재합병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NHN 관계자는 “주주간담회를 통해 주주들과 회사의 발전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상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주주 가치 제고와 관련한 주주 대표단의 요구안에 대해 여러 각도로 고민해 실천 방안들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