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임직원 및 협력사에 호소문 발송…노조 “조선소 자체가 감옥” 강경투쟁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로 이뤄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민주노총 소속)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임금 인상을 꾀하기 위해 파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폭력행사 및 작업 방해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현재 임금 30% 인상 등의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사내 각 협력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합원이 소속된 협력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 노동쟁의라는 무기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파업 과정에서 임직원 폭행, 에어호스 절단, 작업자 진입방해, 고소차 운행방해, 1도크 점거, 발판 적치장 봉쇄 등의 행위로 인해 6월 18일로 예정됐던 1도크 진수가 중단되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대우조선해양은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에게 오랫동안 계속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회사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호소문과 함께 현재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아직도 생산 불안정, 인력 부족, 손익 악화, 유동성 부족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지만 이를 잘 넘긴다면 희망의 아침은 밝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선가가 좋은 LNG선을 중심으로 3년 치 물량을 확보한 만큼 조금만 더 인내해주길 바란다”며 “최근 몇 년간 임직원 여러분들이 회사를 위해 보여주신 헌신과 열정, 잊지 않겠다. 납기 준수 등 기본을 더욱 철저히 지켜주시고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한 발 더 뛰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문을 통해 밝혔다.
협력업체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인정한다. 작업장 점거, 직원 폭행, 설비 파손, 다른 작업자 업무 방해 등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가해자 전원을 고소·고발하겠다. 1도크 진수 중단과 공정 지연에 따른 매출 손실 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파업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월 22일에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42)이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내에 있던 책상 형태의 철제 구조물에 웅크리고 들어간 뒤에 철판을 용접해 출구를 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당 구조물은 가로·세로·높이가 각 1m씩인 비좁은 공간이다.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곳에 들어가 강경투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노조 측은 “우리는 조선소 자체가 감옥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선소에서 법은 형식일 뿐 산업안전·임금·노동조합 활동 등에 있어서 불법을 자행하는 게 다반사다. 하루하루 일을 안 하면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하청노동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감옥에 갇힌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