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 해외 사모펀드로 성장…구주 매출 등 ‘오버행 리스크’ 우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의 투자에 힘입어 성장했다. 알리페이는 2017년 카카오페이가 독립법인으로 신설될 당시 약 2300억 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20년에도 약 1152억 원을 투자, 누적 투자액만 3452억 원을 기록했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전략적 투자자(SI)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부터 알리페이의 한국 가맹점 3만 4000여 곳을 카카오페이 중심으로 통합했다. 2019년 7월 일본 후쿠오카, 10월 중국 마카오에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9일에는 ‘알리페이플러스(Alipay+)’와 제휴로 싱가포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상장 첫날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 알리페이의 매도 가능 물량이 3712만 755주로 28.47%에 달했지만 이를 알리페이가 처분하지 않으면서 상장일 유통 물량이 10% 이하로 유지됐다. 덕분에 카카오페이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인 18만 원이었고, 장중한 때 23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알리페이의 블록딜은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알리페이는 지난 8일 500만 주를 시간외매매했다. 알리페이 지분은 38.52%에서 34.72%로 줄었다. 주식 수도 5101만 5205주에서 4601만 5205주로 감소했다. 알리페이는 남은 지분을 120일간 보호예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알리페이가 4개월 후 다시 매도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급락 중이다. 지난 7일 기준 종가가 10만 60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6만 8000원까지 떨어졌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다른 경영진 4명이 올해 말까지 분기마다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2억 원이던 카카오모빌리티, TPG컨소시엄 5000억 원으로 고속 성장
문제는 다른 카카오 자회사도 이 같은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IPO를 목전에 둔 카카오모빌리티도 카카오페이와 상황이 비슷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부터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다른 업체들보다 빠르게, 압도적으로 장악했다. 법인택시 면허 900대를 매입했고, 가맹택시 1만 대도 업계 최초로 돌파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가맹택시는 3만 대 이상으로 동종 업체 중 유일하며, 택시 등 유상 운송 서비스 외에도 주차, 퍼스널 모빌리티, 퀵 서비스, 대리운전, 펫 택시, 차량 수리 및 세차, 렌터카, 항공, 버스, 기차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전 영역을 다루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업계에서 1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도움이 컸다.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증권·오릭스 등)은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분사를 위해 카카오가 자본금 2억 원으로 설립한 케이엠컴패니에 5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도 1307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TPG컨소시엄은 거액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4년 후 상장 옵션을 내걸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단계에서 특정 시점 상장 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예정대로라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에 상장을 추진했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등 이슈 때문에 상장 계획이 연기됐다.
PEF 운용사는 보통 펀드 운용 기간 10년 중 초기 5년 동안 투자에 집중하고 나머지 5년을 회수에 할애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TPG컨소시엄이 투자한 후 5년이 지났기에 IPO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구주 거래 과정에서 약 8조 5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TPG컨소시엄의 지분율은 지난해 기준 28.7% 수준이다. TPG컨소시엄은 투자금 대비 약 3~4배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조력자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정도 앞의 두 곳과 비슷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AEP)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장했다. AEP는 2016년 카카오페이지가 ‘포도트리’였던 시절 1250억 원을 투자했다. 2015년까지 적자로 고전했던 카카오페이지는 AEP의 투자로 미국·중국·동남아 등 IP 플랫폼 네트워크를 확보한 대형사로 발돋움했다. AEP는 2020년 카카오M에도 2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두 기업은 합병한다. 업계에 따르면 AEP는 합병의 최대 조력자로 평가받는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2대 주주가 모두 AEP였기 때문이다. AEP의 지분율이 높은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한 것도 AEP의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합병 비율은 1 대 1.31로 카카오M 보통주 1주당 카카오페이지 보통주 1.31주를 배정했다. AEP는 지난해 기준 13.84% 정도의 지분을 보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AEP가 기다리는 것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다. AEP는 2020년 카카오뱅크에도 25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통해 1064만 주를 2만 3500원에 발행해 AEP에 배정했다. AEP는 카카오뱅크 상장 후 6개월 매각 제한을 걸어뒀지만,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 지분을 담보로 34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AEP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보호예수 해제일인 지난 2월 7일 기준 종가는 4만 4650원으로 AEP가 투자액의 약 2배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추진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 가치를 13조~15조 원으로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대로 IPO가 진행될 경우 AEP는 투자금 대비 3~4배의 수익을 볼 수 있다.
#구주 매출 목적 뚜렷한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
따라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구주 매출 실현이 IPO 목적 중 하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처럼 상장 후 일정 기간 사모펀드의 블록딜이나 오버행 이슈가 터질 수 있다. 두 업체 모두 상장 후 주가 방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의 엑시트는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현재 카카오는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 지분 중 40%뿐만 아니라 TPG컨소시엄과 칼라일의 보유 지분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역시 PEF 운용사이기에 카카오모빌리티 상장 시 구주 매출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경영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장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기존 주주들 외에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최대 6개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시장이 해당 종목에 대한 학습을 거치고, 투자자 사이에서 반복적인 평가가 이뤄진 후에 해당 종목의 가치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