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이·송옥주 의원실 피해자들 배신자 찍히고 묵살당하고…최강욱 징계 놓고 당 내홍도
#김원이 의원실 2차 가해 논란
김원이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의 2차 가해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조사 결과가 당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2차 가해자로 지목됐던 이들 중 일부가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사건은 21대 총선 전후였던 2020년 4월과 7월에 터졌다. 피해자 A 씨는 2021년 12월 김 의원의 지역 보좌관 유 아무개 씨의 두 차례 성폭행 혐의를 담은 고소장을 목포경찰서에 제출했다. 유 씨는 김 의원 선거캠프에서 조직과 정책분야를 담당하다 보좌관으로 채용된 인물. 유 씨는 2021년 12월 6일 민주당을 탈당했고, 12월 9일 보좌관 신분이 박탈됐다. 경찰은 유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6월 9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A 씨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A 씨는 의원실 관계자들로부터 ‘배신자’로 찍혔다고 한다. KBC 방송에 따르면, 5월 초 김 의원실 관계자는 A 씨에게 “배신인지 모르겠다고? 나는 진짜 너를 믿었다는 것이 너무 혐오스럽다”며 2차 가해에 가담했다. 이후 A 씨가 김 의원에게 이를 알리자, 김 의원은 “불편하면 변호사 통해서 경찰하고 한번 의논을 해보라 그래”라며 2차 피해를 방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A 씨는 2차 피해 사실을 경찰과 당에 신고했다. A 씨가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2차 가해자로 신고한 이만 7명. 김 의원을 비롯해 보좌관 1명, 비서관 2명, 지방선거 당선인 2명, 현역 기초의원 1명이 지목됐다. 김 의원은 5월 12일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했다. 이날은 박완주 성비위 사건이 불거진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은 현재까지 김 의원을 비롯한 의원실 관계자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차 가해자로 지목된 김 의원은 2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대책위)가 5월 16일 김 의원을 성폭행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면서다. 대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까지 진행된 게 없다”고 전했다.
#송옥주 의원, 언론 보도 후에야 면직 처리
송옥주 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소속 보좌진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2021년 4월 30일 송옥주 의원실 소속의 한 비서관은 피해자 B 씨와 민주당 보좌진 1명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술자리를 가졌다. 이 비서관은 민주당 보좌진이 잠들자, B 씨에게 계속해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강체 추행을 이어갔다. B 씨가 거부 의사를 표하는 등 현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사건이 겨우 일단락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 씨는 여전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B 씨는 송옥주 의원의 ‘묵살’에 또다시 좌절했다. B 씨는 6월 7일 송 의원에게 직접 “해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오늘 경찰서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왔다”며 “통화 가능하실 때 연락 달라”고 카톡을 남겼다. 송 의원이 이를 읽고도 답을 않자, B 씨는 6월 8일 “국회 여가위원장이자 해당 보좌진의 임명권자이신 만큼 심각성을 느끼고 연락을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전화는커녕 어떠한 피드백도 주시지 않으니 절망스럽다”고 남겼다. 송 의원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B 씨는 일요신문에 “여가위원장까지 하면서 여성인권 실현을 외친 송옥주 의원이 두 번이나 제 제보를 묵살한 것, 또 여가위원장실에서 근무했던 가해자가 이 사건을 무마하려 혼신의 노력을 쏟고 있는 것에 무한한 실망과 혐오를 느낀다”고 전했다.
송 의원이 이 사건에 반응한 건 2주가 지난 6월 24일이었다. 조선일보가 이를 기사화하자 송 의원은 급하게 비서관을 면직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에서는 면직 요청을 해놓은 상태고 사무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사건을 일으킨) 비서관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송 의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남겼으나, 송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통화에서 “6월 7일 영등포서에 접수가 돼서, 피해자 조사를 한 뒤에 6월 10일 동작서로 이송됐다. 후속 작업 중이고, 이번 주 중에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짤짤이’ 해명 최강욱, 2차 가해 의혹까지
성희롱 발언 논란이 있었던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6월 20일 당원자격 6개월 정지를 받았다. 당원 자격 정지는 제명 다음의 중징계다. 당 윤리심판위원은 만장일치로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윤리심판원 결정에 “억울하다”며 징계 처분에 재심을 신청했다.
최 의원은 4월 28일 법사위 소속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이 참석한 온라인 줌회의에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얼굴을 보이지 않자, ‘XXX(남성의 자위행위를 뜻하는 비속어) 치러 갔냐’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최 의원은 이를 ‘짤짤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화상회의 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색출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2차 가해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당 윤리심판원 소속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6월 20일 “최 의원의 2차 가해에 대해선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다만 해명 과정에서 (최 의원이)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이 가해졌던 부분이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해당 사건 이후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었음에도 취지가 왜곡돼 보도된 것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윤리심판원 결정 이후 당은 다시 내분을 겪기도 했다. 최 의원이 속한 초선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론과 최강욱 의원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최강욱, 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폭력적 팬덤에 기대 민생을 외면하고 검수완박을 강행해 당 지지율이 10%나 떨어졌다”며 “권력형 성범죄 전력으로 두 번이나 선거에서 져 놓고도 성희롱 발언과 2차 가해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빠르게 ‘제명’된 박완주, 경찰 “수사 중”
박완주 의원 사건은 민주당이 5월 12일 “심각한 수준의 성비위가 발생했다”며 박 의원을 제명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날 민주당은 긴급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박 의원 제명 건을 의결했고, 5월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제명 안건을 의결했다. 제명은 당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해당 사건은 2021년 12월 초 발생했으며, 4월 말에 당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징계안에는 “국회의원 박완주는 2021년 12월경 저녁 자신의 보좌관인 피해자를 상대로 강제추행 및 성희롱 발언 등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중등도의 우울증을 겪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조 사직서 마련 지시로 피해자 면직을 통한 2차 가해 정황도 포착됐다. 징계안에는 “피해자가 2022년 1월경 진단서를 제출하며 질병 휴직을 요청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피해자가 지난 4월 22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센터와 윤리감찰단에 신고하자 4월 29일 피해자와 협의 및 면직 예고 없이 다른 직원을 통해 사직서에 임의 서명하여 의원면직하도록 지시했다”고 적혀있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6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대선을 일주일 앞둔 3월 초 당사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초 성추행이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전해 들었다. 20여 년 정치 여정을 함께해 온 동지였기에 무척 당혹스럽고 충격이었다”며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지라도 이제 주장이 아닌 객관적 증거와 정황 증거로 거짓과 허위로부터 진실을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의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직권남용,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 보충 조사가 아직 다 안 끝난 상태”라며 “자료가 더 보강되고 나면 박 의원이 출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수차례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